밑미 온라인 리추얼, 한 달 후의 변화
자아성장 큐레이션 플랫폼 밑미(meet me)의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 리스트를 보며 맨 처음 든 생각이다.
밑미 온라인 리추얼은 하루 커피 한 잔 값으로 주말을 제외한 20일 동안 하나의 습관을 따로 또 같이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다. 리추얼 메이커로 불리는 호스트는 참가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참가자들은 매일 정해진 시간 안에 리추얼을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아침 챙겨 먹기', '아침에 스트레칭하고 글쓰기' 등 말로만 들으면 쉬워 보이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의심은 거두고 몇 달 뒤 홀린 듯이 '매일의 영감 수집' 리추얼을 신청했다.
돈을 주고서라도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것, 습관 만들기를 넘어 여러 사람들과 함께하면 하루에 20개씩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냉큼 지원했다.
"23년간 마케터로 살아오면서, 많은 프로젝트들을 시작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매일의 조각들'이었다는 사실을 매번 깨달아요.
(중략)
발견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작은 것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태도는 내 삶 안에서도 좋은 것을 발견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길러줍니다."
- 밑미 '매일의 영감 수집'리추얼 소개 글 중
이 리추얼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루에도 몇십 개씩 인스타그램 피드나 뉴스레터, 인터뷰 기사 등을 보면서 '어머 이건 나를 위한 내용이야!' 하며 핸드폰에 캡처한 사진이 수두룩했다.
좋은 문장이나 일에 도움이 될만한 사례는 기억하고 싶고, 인생 조언은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고 싶어 하트까지 눌러 저장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보지 않고 용량 확보 차원에서 삭제하는 사진이 훨씬 많았다. 이를 붙잡기 위한 기록과 ,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며 사진과 글에서 느껴지는 긍정의 에너지가 멋있었고, 솔직히 페이스북 코리아 마케팅 상무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쓰는 사람을 위한 브랜드, 소소 문구의 디깅노트 전시에서 올리부님의 빼곡한 노트를 보며 '아, 이것이 지금의 이분을 있게 만든 중요한 자산이구나, 영감은 차곡차곡 쌓일 때 빛을 발하는구나!'싶고 이분과 리추얼을 하면 나도 영감을 잘 모을 수 있겠다 싶었다.
사전 zoom 모임으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영감을 어떻게 수집하는 것인지 등 이야기를 나눈 다음 본격적으로 영감을 수집했다.
점심을 먹은 식당 명함에서,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서, 영수증에서, 심지어 집에서 늘 키우던 식물에서 힌트를 얻었다. 이름은 무슨 뜻이 있을까? 디자인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없는 질문들을 던지면서 인터넷에 검색해보고, 좋은 문장을 만나면 밑줄도 쳐보고, 내 생각을 보태 조각들을 수집했다. 좀처럼 영감 수집용으로 쓸 내용이 없다면, 다른 분들이 이미 올리셨던 내용을 보고 거기에 내 느낀 점을 덧붙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이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 걸렸지만, 힘들기보다는 퇴근 후에 즐겁고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평화롭기만 했다.
리추얼 참여하길 참 잘했다.
인증을 쉬는 주말에도 안 하면 이상한 것 같고 손이 근질거리는 거보니 내가 좋아하고 계속 지키고 싶은 리추얼인 건 분명했다.
'사소한 것은 없다'는 올리부님의 말이 맞았다.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새로운 정보나 감각으로 가득하고, 내가 느끼는 생각들이 또 다른 아이디어로 확장될 수 있다. 아주 작은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질문할 줄 아는 것에서부터 발견은 시작되며, 같은 풍경에서도 다른 것이 보일 때의 희열은 맛본 사람만이 안다.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그 힘이 있다. 영감은 또 다른 영감을 낳는다. 수집할 영감을 마땅히 찾지 못하면, 동지들이 올린 글을 보면 되었다. 거기에서 파생된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영감이 되었고, 댓글로 '이 브랜드도 좋아요!', '이 글을 읽어보셔도 도움될 것 같아요!' 하며 자발적으로 영감을 덧붙였다.
댓글에는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올라온다.
특정한 제품이나 브랜드 이야기 말고 인터뷰 글을 읽거나 하루 동안 느꼈던 감정을 담은 조각에 더 많은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그럴 때에는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사이가 아니더라도, '위로와 응원이 가능한 일이구나'를 새삼 실감했다.
유일하게 퇴근하고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몰입하는 시간. 때로는 댓글을 달다가 2시간 넘게 걸려 잠을 늦게 잘 때도 있지만, 서로 응원해주고 새로운 영감을 나누는 과정이 너무나 재밌었다.
혼자 할 수 있지만, 같이 했을 때의 온기가 참 좋다.
이게 바로 느슨한 연대구나, 그동안 생각을 많이 공유해서 인지 마지막 zoom 모임 인증샷을 남길 땐 괜히 코끝이 찡했다.
폴인에서 밑미 손하빈 대표님이 브랜드를 설명할 때의 문장들이 이해가 되었다.
:영감 수집을 꾸준히 반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근육을 기르고 일상의 작은 행복을 얻는 것
: 매일의 영감 수집은 마음 안정 효과가 있는 글쓰기보다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내가 일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꾸준히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 꼭 100%를 달성하겠어의 마음보다는
하루 잘 지켜낸 것에 감사하고 스스로 칭찬하도록,
하루 빼먹었다면 오늘의 비움이 내일의 채움이 될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이도록 훈련하는 영감 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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