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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May 17. 2021

라면의 기본

"아빠, 라면 드실래요?"

"그래!"

"내가 진짜 기가 막히게 끓여줄게. 내가 라면 하나는 잘 끓여."


주말만 되면 라면이 당긴다. 건강하고 슴슴한 맛의 음식을 좋아하지만, 딱히 해먹기도 귀찮고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싶은 토요일 점심에는 라면만 한 게 없다.


콧노래로 '라 면~~라면~'하며 가스레인지에 불을 올렸다. 호언장담을 했지만 정말 맛있을지는 모를 일이었다. 2인분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평소 같으면 내가 먹을 1인분만 끓이면 되고, 항상 쓰던 작은 냄비에 '물이 좀 적나?'란 생각이 들 정도의 물 양만 넣으면 제법 라면 맛은 평타 이상이었다. 눈대중으로 물 양을 맞추는 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냄비 하나 바뀌니 물 양 조절부터 만만치 않았다. 자른 다시마도 몇 개 넣고 양파, 버섯에  대파도 넣었다. 야채 후레이크에 알록달록한 진짜 야채들이 더해져 비주얼은 일단 합격이었다. 마지막엔 계란 하나를  탁! 까서 마무리.


(후루룩후루룩)


한 입 드시던 아빠는 말이 없었다.


"음, 맛은 괜찮은데 라면에서 냄새가 나."



'얼큰한 라면 냄새 말고 별다른 냄새가 있나?' 싶었다. 아빠는 내가 면을 냄비에 넣을 때부터 라면내가 날 것 같다고 알아보셨단다. 물이 팔팔 끓을 때 면을 넣지 않으면 튀겨낸 면발 특유의 군내 같은 것이 난다고 한다. 아빠의 말을 듣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보니 진짜 오래된 라면처럼 밀가루 냄새가 났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센 불의 불꽃이 무서워서 중간 단계의 가스 불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고, 팔팔 끓기 전에 대충 기포가 올라오면 면을 넣는다.



어려운 요리는 아니지만 라면을 만만하게 봤다. 맛을 돋울 부재료를 많이 넣는다 한들,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 맛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왠지 기본에 충실하라는 따끔한 충고를 라면한테서 받은 것만 같다. 일상을 돌아보면 나는 기본을 지키지 않는 순간들이 꽤 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해봐."



 말을 할머니와 부모님한테 여러  들어왔는데,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대충대충 기질이 비슷한  같다. 이불을  잡아 개지 않아 장롱  이불들이 와르르 무너진 적이 있다.  빨래가 끝난 옷은 탁탁 털어  선을 따라   접었다 펴서 말리면 주름이  가는데, 매번 귀찮게 생각해서 대충 널었더니 옷이 꼬깃꼬깃하게 말라 매무새가 아쉬운 적도 많았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은 대충 넘기지 말란 얘기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귀찮다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가  '대충'이다. 대충 하면 순간의 일처리는 빠르게 끝낼  있어도, 뒤에 가서 탈이 나거나  번만에 끝낼 일을    수도 있다. 일상을 돌보는 일이든 업무에서든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되고 싶다.


구멍 많은 대충의 습관보다는 좋은 습관이 쌓이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테니까.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해서 나와  시간을 소중히 아껴주자. 어떻게 라면을 이야기하다 이렇게 흘러왔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대충대충 하는 ''보다 충실한 ''  자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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