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을때휴대폰내려놓기운동본부에서 나왔습니다
언제부턴가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혼자 밥 먹을 때, 그러니까 ‘혼밥’을 할 때 휴대폰을 밥상에 내려놓게 되었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휴대폰을 세워놓고 카메라 어플을 켜 밥 먹는 내 모습을 녹화한다.
눈앞에 놓인 접시를 보고, 젓가락을 들고, 무엇을 집을지 고민하고. 음식 한 덩어리를 집고, 입에 넣고, 씹고, 맛을 느끼고, 동시에 밥 먹은 뒤 해야 할 일이나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입에 넣은 음식을 다 씹어갈 때쯤 다시 접시를 보고, 다음은 무얼 먹을까 고민하고. 오로지 ‘나’ 그리고 ‘먹는 행위’에 집중하는 평화로움이 마음에 든다.
삼삼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가게 사장님이 요리하는 모습, 식재료 다듬는 소리, 사장님과 직원의 대화, 다른 테이블 손님들의 말소리, 그 사람들은 어떤 메뉴를 골랐지? 힐끗 구경도 하고. 한쪽 구석 자리한 TV에서 나오는 뉴스와 예능 같은 것들. 가지각색의 식기와, 벽에 걸린 은행 달력이나 시계, 거울의 모양과 위치, 메뉴판 디자인 등. 누군가의 취향이 듬뿍 담긴 공간을 음미하는 건 꽤 흥미롭다.
>> 다음은 녹화 영상 중 장면 일부
새 맥북 장만한 날,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건물 지하, 자리에 앉고 나서 발견한-뜯어진 쇼핑백, 마침 식사하시는 사장님들(메뉴는 삼겹살로 추정), 껴서 먹고 싶었던 나
빈티지 쇼핑하고 나서, 손님은 나 혼자, 사장님이 여럿 계셨고 연세가 있어 보이셨음, 그래서 반찬도 셀프로 가져다 먹었음, 잘 먹으니까 히든 반찬(미역, 젓갈) 챙겨주신 사장님, 먹다 보니 내리는 비, 편의점에서 급하게 산 우산
우체국 들른 날, 가게로 걸려온 예약 주문 전화, 가스불 어떻게 켜는지 몰라서 사장님이 도와주심, 볶음밥까지 먹을까 말까 고민, 배불러서 못 먹음, 살짝 열린 가게 문, 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떡볶이 얘기하면서 지나감)
수업 끝나고 할 일하러 가기 전에, 강의실 근처, 손님은 늘 많음, 검은 우산은 바닥에 내려놓았고, 정갈히 놓인 그릇들, 제육볶음에 들어가 있는 떡, 다른 손님들은 생선구이와 돌솥비빔밥 주문
서울노동권익센터 들른 날, 상회 골목에서 발견한 로컬 식당, 근처 일하시는 분들이 손님의 대다수, 양 푸짐하고 맛있음, 열린 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오토바이 지나가는 소리, 내 또래 여자분이 들어옴, 혼밥이신가? 내적 반가움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일행 있었음
나를 위한 시간은 나를 위해 쓰자.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고 그 속에서 알아야 할 것 또한 많지만, 제일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여러분은 어떤 음식을, 어떤 맛을, 어떤 호흡으로 즐기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