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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티 Jun 20. 2024

최후의 그림 주인은 누구일까

문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

때로 하나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늦은 오후, 퇴근을 앞두고 마자르는 잡지를 넘겨보고 있었다. 하루 종일 교정을 보느라 눈이 빠질 듯 아팠지만 이상하게 글을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러다 페이지가 멈춘다. 찾는 곳에선 답을 못 얻다가 뒷걸음질 할 때 무언가를 얻기도 한다.

눈을 깜빡여본다. 잘 못 본 게 아니었다. 무심코 넘긴 그 잡지에 잃어버린 그림 <거리의 악사들>이 있었다. 팝음악을 다루는 매거진에 왜 그 작품이 있는 것일까.


'마고'라는 이름의 미국의 유명 하이틴 팝스타가 그 작품을 매입했다는 기사였다. 스모키 화장과 펑키한 패션으로 골수팬들을 거느린 그는 예측불허의 언행으로 주목받는 이슈메이커였다. 자신의 노래를 직접 작곡하고 프로듀싱까지 해서 빌보드 차트에 올리는 실력파로도 인정받은 마고는 이미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의 작품도 몇 점 사들이기도 했던 미술애호가로도 유명했다. 마고가 그 작품을 인스타에 공개하면서 단숨에 그 그림은 명작의 반열에 올랐고 계속해서 이슈가 되었다.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는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어째... 그림이 점점 더 멀어져 가네요. 화가의 주소를 알아냈다고 실마리가 잡힐 줄 알았는데"

마자르의 얘기를 듣고 수지가 뾰로통하게 말했다.

"도대체 왜 그 그림이 거기에 있는 거죠?" 마자르는 그림을 더 볼 수 없다는 선고라도 받은 기분이었다.

"그렇다면, 마고가 뭔가 알고 있는 걸까요? 남장 여자 연주자에 대해서?"

"그렇지 않고서야, 이 골목까지 와서 그 작품을.... 근데 어떻게 안 거죠? 뭐 감이 안 잡히네, 휴..."

"마고가 직접 훔쳐갔을 리는 없고... 뭐 어떻게 된 건지."

                                                                                                                                                                      

수지와 마자르는 광장을 걷고 있다. 이제 골목에 들어서면 파란 대문집에 보일 것이다. 노숙자 아저씨의 말대로라면 이제 곧 화가의 집에 도착할 것이다. 예정대로 라면 그렇다. 하지만.


혹시 사실이 아니거나, 그 집이 없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은 단번에 사라졌다. 굳이 파란 대문집을 어렵게 찾지 않아도 되었다.

어느 집 앞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모인 인파의 뒷모습 사이로 파란 대문이 보였다. 닫힌 대문이라도 사진으로 남기는지 플래시가 계속 터지고 그 자리라도 차지하기 위한 기싸움이 한창이었다.


행운일까, 아닐까. 

대문은 굳게 닫혀서 열리지 않았다. 이제껏 받아본 적 없는 초유의 관심에 그 화가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그가 내린 결정은 방문자들에게 대문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외는 없었다. 수지와 마자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기대에 부풀어 도착한 수지와 마자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기자들이 멀찍이 보이는 건너편 돌계단에 나란히 앉아있다. 뉴스 보도의 한 장면과도 같은 풍경을 눈앞에서 지켜보다가 수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계획대로 모든 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일까.


"이제 뭘 더 해야 하죠?"

"벽 타고 올라갈까요? 좀 잠잠해지면..." 마자르의 시선은 이미 건물 벽에 고정되어 있다.

수지 역시  자기도 모르게 건물 벽을 샅샅이 살펴본다. 사람 한 키 반 정도의 높이에 테라스엔 작은 화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잘 올라가서 창문이 열린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진짜 도둑처럼 움직일 때 그림 도둑의 미스터리, 그 문이 열릴지도 모른다.



 Avril Laviqne -Sk8er Boi

https://www.youtube.com/watch?v=TIy3n2b7V9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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