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Book : 도시와 테이블에 놓인 노트 #10
여기는 드라마가 있는 골목이야!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서울의 골목이 있을까요.
여러 동네가 있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입니다. 기찻길 옆 오래된 동네. 비탈진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퇴근도 하고, 옅은 가로등 불빛 아래 비탈길을 무리 지어 다니던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낮은 단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기차가 오면 건널목에 차단기가 내려가고 멀리 높은 고층빌딩들이 보이는 동네. 충정로와 후계동 일대입니다.
서소문 아파트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휘어진 등뼈처럼 곡선으로 지어진 그 오래된 아파트는 이미 널리 알려진 영화 로케이션 명소입니다. 전도연과 하정우가 출연했던 <멋진 하루>의 배경이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도시 개발의 일환으로 하천 위를 메워서 지어졌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 근처로 출퇴근하던 친구가 알려줘서 몇 번 지나쳐보기도 했는데요.
충정로 부근에 오래된 골목들을 가봐야겠다고 벼르다가, 최근에 다시 가보았습니다. 한번 가기가 쉽지는 않네요.
서울역 서쪽에 있는 중림동. 여기에도 아주 오래된 아파트가 있습니다. 성요셉아파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벽돌 성당, 1892년 지어진 약현성당의 신자들을 거주하게 하려고 만든 아파트라고 합니다. 이 아파트를 지나는 좁다란 골목이 흥미로운데요.
길이 좀 특이한데, 약간 굽어져 있습니다. 지형의 특징을 따라 지어진 것인가 추측을 해봅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저는 충정로역 방향에서 시작된 입구로 들어갔는데) 내리막으로 가다가, 중반에서 약간 다시 오르막이 됩니다. 어떻게 이런 지형에서 건물을 지은 것인지 조금 신기하기도 합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그 중간부에서 풍경을 잡는다고들 하네요.
신자들은 아니어도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고, 1층에는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 골목에 뭔가 있다는 느낌을 받고 사람들이 몰려든 거죠. 시골 읍내 같은 아기자기한 정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런 동네가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하면서 가게를 만든 거죠.
주민들이 대대로 이용하는 방앗간. 미닫이 유리문 너머로 떡 뽑는 기계와 붉은 다라이들이 보입니다. 요즘에는 방앗간이 드물어서, 길을 가다가 방앗간을 보면 멈추어서 보게 됩니다. 고소한 냄새가 날 때도 있지요.
작은 동네 서점도 있고, 김밥을 파는 분식집. 그리고 작은 커피집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올만한 곳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처를 지난다면 한번 들러도 좋을 골목인 것 같습니다.
알고 보니 이 골목도 이미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구담시티'라는 팻말이 보이기에 뭔가 했는데, 영화 '열혈사제'에 이 동네가 배경이었고 그 이름이 구담시티라고 하네요. (아마도 배트맨의 도시 '고담시티'를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저는 드라마를 안 봐서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중림동은 서울의 나이테가 잘 드러나는 곳이라고 하는데요.
1890년대 약현성당 같은 붉은 벽돌 건물, 1970년대 산업화 시기 성요셉아파트 같은 주상복합아파트, 2000년대 지어진 서울역 인근의 고층 건물들이 모두 함께 있는 장소로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동네에 소문난 커피 맛집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성요셉 아파트에 있는 카페를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라이피(Liffee)라는 곳인데, LP를 틀어주고 커피 맛도 좋았습니다. 작은 동네 카페인데 나무로 인테리어를 해서 소리의 울림이 편안했어요.
언젠가 모임을 하게 되면, 이런 곳에서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긴 했습니다.
'구담시티' 같은, 서울에서 좋아하는 골목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도시 관찰자 티타임 초대*]
북토크 또는 모임에서는 이런 산책 정보를 교환하고, 또 소설이나 영화, 음악 등 레퍼런스를 나누는 '도시관찰자 티타임' 정도로 진행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름은 '도시 아카이브 클럽'? 너무 거창한가요. 일단 가칭은 이렇게 하고요.
7명 내외면 좋을 듯한데, 아이디어 있으면 얼마든지 남겨주시면 수정해 가면서 만들면 좋겠습니다.
인원이 정해지면 제가 주제는 좀 더 구체화해 보겠습니다.
공부, 라기보다는 일단 취향을 공유하는 모임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낯선 만남의 어색함으로 고민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저도 그렇고요. 그 또한 지나갑니다 :)
*추가 알림
-모임에 관심 가져주시고, 의견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우선, 제 지인들이 요청한 모임이 있어서 당분간 개인적으로 실험을 해보고, 보완하고 발전시켜서 천천히 의견을 내겠습니다.
-모임에 관심 가져주신 분들은 기억했다가 다시 공지를 해보겠습니다:)
-일단 모임 얘기는 서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