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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연 Jan 22. 2021

#11. 책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같은 일 같지만 다른 일이다.


글을 쓸 때에는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집중할 수 있고 재미를 느끼게 되지만, 글을 써내는 단계를 넘어서서 그것을 책으로 내게 된다면 또 다른 심리상태를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미의 잔향> 은 작년과 올해의 버킷리스트에 대한 결과물이다. 다른 에세이를 쓰며 그것을 POD 출판을 해보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진행이 더디게 되자 이미 초고를 가지고 있던 소설을 다시 수정해서 먼저 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초고를 썼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POD 출판 시스템이 없었다. 브런치는 그때에도 있었지만, 브런치를 통한 출간도 선택받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책이 판매되느냐에 상관없이 나의 감정을 녹여낸 글이 책의 형태로 온전히 나올 수 있기를 바랐다.


<장미의 잔향>은 내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어느 정도 녹아있는 문학 소설이다. 파란만장한 첫사랑을 보낸 탓에 가슴에 새까맣게 멍이 들어서 초고 제목도 검은 장미, <Black Rose>였다.


<장미의 잔향> 미리보기


초고를 쓸 때 잡은 콘셉트는 여자와 남자의 관점이 번갈아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자의 관점뿐 아니라, 남자의 관점 또한 수월하게 쓸 수 있었던 이유도 나에게 영감을 준 그 강아지가 여러모로 내게 한 말과, 돌고 돌아 내게 들어온 말들 때문이었다.


그와 함께 했던 현실은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비극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을 가미하여 소설로 남기고자 했던 이유는,


그를 사랑했던 그때의 내 모습이 너무 티 없었기 때문이고,

찰나의 행복이 영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고,

아주 가끔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듯 그가 꿈에 나오기 때문이다.


개인 소장용으로 만든 책은 글씨가 작았고, 두께가 얇았다. 하지만 나의 20대 초반을 녹여낸 그 얇은 책은 아직도 내 보물 1호 같은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그 보물을 다시 다듬어서 2021년 1월, POD 출판을 했다.

버킷리스트를 달성했으니 거기서 행복하게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끝은 오지 않았다.


책을 쓴다는 것은, 글을 써서 남기는 것의 후속 단계로

자신의 글이 상품의 형태를 띠고 세상에 나가게 된다는 뜻이었고 이것은 더 이상 개인 소장처럼 글을 마무리 한 만족감에서 멈추지 않았다.


책을 쓴다는 것은 또 다른 퀘스트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얼마나 잘 노출이 되는지, 과연 누가 내 책을 보는지, 어떤 평가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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