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무심코 살아내다가
문득 어느 찰나의 순간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하고
틈새웃음이 날 때가 있다.
가령, 조금 더 젊은 나였다면
참지 않고 쏟아냈을 부당함에 대한 방패를
이제는 마음 속으로 피식하며
그래 네가 그럼 그렇지하고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넘겨버리는
그런 사소한 지점에서 말이다.
예전에는 나에 대한 옳고 그름이나
혹은 내가 대해지는 태도 같은 것들에
대쪽같이 반응하며 스스로를 지켜왔다면
아직은 갈 길이 멀었겠지만서도
지금의 나는 아주 조금은 유연한 갈대가 되어
적당한 무시와 넘김을 할 줄 알게 되었다.
나는 언제나 소중하고,
내가 걸어온 길이 정도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와 같은 이해력을 가지지 않은 이에게
똑같은 품성을 바라는 것은
분에 넘치는 일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걷는 내 인생은
그런 사람들의 순간적인 감정의 흐름보다
내게 소중한 것들에게 오롯이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몰두하는 순간이
매일 매시 매분,
언제고 너무나 짧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십년 전을 회상하는 지금 내 모습을 보며
십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할 지 문득 쓸데없이
궁금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