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구 aGu Jul 08. 2021

사랑이란 뭘까, 죽음이란 뭘까

최진영, 『구의 증명』

구의 증명 (최진영)


누군가를 깨물고 싶은 마음. 누군가를 먹고 싶은 마음. 사랑일까.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나누고 싶은 것과 똑같은 행위일까. 아기가 꼭지를 물고 오물거리는 것처럼 본능에 가까운 걸까. 죽음은 또 어떤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를 대신해 차라리 내가 아프고, 내가 죽고 싶다는 건 어떤 사랑일까. 죽은 몸이라도 곁에 두고 싶은 건 어떤 심정일까. 


나는 너를 먹을 거야.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 네가 사라지도록 두고 보진 않을 거야.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 - 최진영, 『구의 증명』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눈 감았다 뜨면 하루가 지나가고 다시 또 월요일이다. 일 년은 어떤가.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던 마음으로 우리는 또 저무는 한 해를 아쉬워하고 있겠지.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날마다 죽음에 다가간다. 평균 수명까지 아프지 않게 살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살다가 어느새 노화와 죽음이 내 눈앞에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린 어떤 마음일까. 더 사랑하지 못하고, 더 증명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려나.


쏜살같은 시간과 세월이 가끔 무섭다. 사랑하는 사람의 굽은 등을 보며. 얇아진 다리를 보며. 축 늘어지고 가늘어진 것들을 보며. 외면해왔을지도 모를 사랑하는 사람의 변화와 아픔을 발견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 어떤 식으로든 나와 관계한 사람의 죽음을 함께하는 경우도 그렇다. 오는 순서 있어도 가는 순서 없는 것이 생사라지만, 죽음 앞에 우리는 무력함과 허망함을 느낀다.


죽기 전까지 결코 알 수 없는 죽음과 사랑의 감정들. 미리 알고 싶지 않아도 가끔 떠올려 보고 싶다. 그 사람은 내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그에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살아서 너를 기억하는 일, 증명하는 일은 사랑일까. 어렵다. 어렵지만 분명한 건 단 하나. 내게 주어진 시간 안에서 더 열렬히 사랑하고 싶다. 

이전 05화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거라고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