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구 aGu Jul 08. 2021

무구한 사랑은 이제 더는 없는 걸까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영원한 사랑은 없는 걸까. 사랑은 정말 덧없을까.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사랑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존중할 수 있을까. 몇 번의 사랑은 내게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당신이라 사랑하고 싶었는데 당신이라 사랑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이라 타올랐던 마음은 당신이라 식었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아프게 했던가. 구속했던가. 원했던가. 단지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단지 당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농담하세요? 제가 믿는 건 열정이에요. 그 이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사랑은 이 년 이상 안 갑니다. 좋아요, 삼 년이라고 해 두죠." -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열정이라고 말하자 애정이라고 물어오던 사람.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물러서던 사람. 반복되는 실패로 사랑을 믿지 않았던 사람. 진심이, 온기가 닿길 바랐지만 놓게 돼버린 사람. 내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그 사람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마음의 크기와 형태는 다르더라도 바라보는 방향은 같은 곳이었을까. 


사랑의 본질. 모르겠다. 겪을수록 어렵다. 언제나 사랑하고 싶은 마음, 진심을 내어 보이는 순간이 이제는 제법 허무하게 느껴진다. 사랑 앞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묻고 싶은 사람이 내게도 있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물어올 사람이 내게도 있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고독한 사랑, 불안정한 사랑, 덧없는 사랑일지라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무구한 사랑은 더는 이제 없는 걸까.

이전 06화 사랑이란 뭘까, 죽음이란 뭘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