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
읽은 작품의 수와 수집한 문장에 비춰볼 때, 아무래도 ‘김영하’ 작가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단정짓고 싶지 않아도 작가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 『여행의 이유』에서 글쓰기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들이고, 열심히 한 것이 ‘여행’이라 밝힌 그. ‘여행이 곧 인생이고, 인생이 곧 여행’인 그 남자의 시칠리아 여행기다.
"그럼 혹시 그동안 가고 싶었던 곳 없었어요?" PD가 물었다.
"시칠리아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 같았다. 그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나는 한 번도 시칠리아에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거긴 어쩐지 내가 영원히 갈 수 없는 곳, 그린란드나 남극 같은 곳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시칠리아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 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누군가 내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하겠지. ‘파리요’. 그럼 파리 외에 가고 싶은 곳은요? 스스로에게 묻는다. 유럽을 사랑하는 내게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스위스와 터키 남부. 새롭게 가고 싶은 곳은 노르웨이, 조지아, 이탈리아 남부 그리고 시칠리아다.
시칠리아! 왠지 이름부터 끌리지 않은가? 올해 유럽을 갔다면 파리를 잠시 벗어나더라도, 이탈리아 남부와 묶어 꼭 가고 싶었던 곳. 『어차피 일할 거라면, porto』 ‘디에디트’ 팀이 이미 한 달 살기로 갔다 온 곳. 무엇이 사람들을 당기는걸까?, 왜 난 그곳에 끌리는걸까?, 김영하는 왜 그런 대답을 했을까?
한마디로 부족한 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내 삶은 실로 숨막히는 것이었다. (중략) 어느새 나는 그렇게 돼 있었다. 생각해보면 모든게 '어느새' 그렇게 돼 있었다. 이런 '어느새'에는 어떤 값싼 자기도취가 있고 그 안에 오래 머물고 싶은 달콤한 유혹이 있다. - 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그는 말한다. “인생은 길지 않다고.” 모든 인생이 마찬가지겠지. 여행은 언제나 목마르고 인생은 돌아보면 찰나와 같으니. ‘어느새’ 나도 30대. 스스로에게 또 물어본다. ‘당신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 있나요?’ 나는 대답한다. ‘네 있어요.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