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미술도 아닌 우리 각자의 미술

최혜진, 『우리 각자의 미술관』

by 아구 aGu


손재주가 없는 편이다. 그림, 조각, 건축, 공예 등 손으로 하는 ‘미술’은 나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미술 작품 앞에서도 비슷한 기분이다. 시립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 여행지에서 유명 미술관을 가도 감흥은 딱 거기까지. 일상과 이어지지 않는다. 미술은 왠지 고고해야 하고, 작품은 미술관 안에서만 전시되어야 하고, 제목은 ‘언타이틀’로 있어 보여야 하고, 설명은 구차하니 ‘Simple is Best’. 친절하지 않아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옆사람은 나와 다르게 미술의 조예가 깊어 보인다. ’미알못’인 내가 문제일까?

우리가 미술을 어려워하고, 작품 앞에서 벙어리가 되고, 예술을 재능있는 사람들만 하는거라 생각하고, 나만의 취미와 취향을 오픈하고 공유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그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각자의 생각은 다르고 그 다름은 존중받아야 한다 알고 있는데, 우리는 다름을 오픈하기 힘들어한다. 평범함을 좇는다. 대중이라는 이름 속으로 숨어버린다.


저는 혼자 고고히 부유하는 미술은 별로 반갑지 않습니다. 있어 보이기 위해 괜스레 근엄한 척하는 것도 별로고요. 같은 이유에서 엄숙함을 벗은 전시 공간을 더 많이 만나고 싶습니다. - 최혜진, 『우리 각자의 미술관』
나는 내 작업이 쉽게 이해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작품을 이해하지 못했던 관객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 바바라 크루거 (설치미술가)


미술, 예술의 즐거움 그리고 나와의 상호작용. 결국, 내 느낌이다. 미술관에서, 작품 앞에서 주눅이 들 것이 아니라 자신의 관점과 취향을 발견해나가면 된다. 팝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도 말했다. ‘내 기억은 당신의 기억과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같은 장소에 서 있다 하더라도 같은 것을 보지 않는다고. 우리가 흔히 상정하는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답’은 없다는 말이다. 그림, 미술, 예술을 마주하며 느끼는 그 기분. 자기 느낌에 귀를 기울이고 신뢰를 보내면 된다. 지식없이 누구의 미술도 아닌 ‘우리 각자의 미술’을 하면 된다.


우리 각자의 미술관 (최혜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