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 기록하기
#1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친절히 내려오는 영감은 없다
삶이 팍팍하고 축축할 때마다 과거를 떠올렸다. 흘러가는 시간 속 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어서. 나의 일기를 읽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나, 과거의 나, 작년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기억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기록이 없었다. 기록이 없으니 기억할 수 없었다. 당장 어제 일도 기억나지 않는데, 오래전 일이 선명할 리가. 그때마다 기억력을 탓했다. 내 머리를 탓했다. 아 왜 그것도 기억 못 하는 걸까. 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 걸까? 난 왜 이 모양일까.
뭔지 몰라도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 때면 무조건 그 느낌을 어딘가에 잡아둬야 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게 내려오는 영감은 없다. - 이승희, 『기록의 쓸모』
생각해보니 결국 관심의 차이였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선명했고 그렇지 않은 것은 흐릿했다. 머리는 잘못이 없었다. 기록하지 않은 게으른 내 몸뚱어리 탓이었다. 때로 영감이라 부르는 순간들이 찾아 왔지만, 너무 쉽게 놓쳐 버렸다. 유레카를 외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언제부터 마음이 동하는 것들을 기록하고 좇다 보니 지루하게 느껴지던 일상이 새로워졌다. 풍성해졌다.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의미 없는 시간,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걸 몸으로 알아버렸다. 흘러가는 시간 속 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기록을 통해 달라졌다. 내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무엇에 끌리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글을 적으며, 기록을 남기며 느꼈던 감정들이 책을 통해 선명해진 기분이다. 오랜만에 소장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치열하게 기록을 남기고, 치열하게 영감을 수집하고, 치열하게 공유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낸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 나의 언어, 나의 방식으로. 당신들과 함께.
#2 인스타하러 출근한 건 아닙니다만
100번째 게시물이다. 기록의 쓸모 두 번째 피드. 유튭 보는데 ‘김미경의 북드라마’ 추천 책으로 뜨더라. 이것 역시 기록된 알고리즘 덕분이겠지? 하루의 생각, 취향, 영감, 경험, 일상을 나름의 방식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던 5월에 만난 반가운 책이다.
인스타하러 출근한 건 아닙니다만, 인스타 위해 기록한 건 아닙니다만, 내가 인스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뭘까. 프로필 소개에 친절히 나와 있다. ‘어렴풋이 품고 있는 생각을 누군가 구체적으로 말해줄 때 오는 쾌감이 있다고.’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에서 가져온 문장. 정확히 일치한다. 스스로 그것에 가장 목마르기도 하고. 글을 쓰며 내게 말을 걸고 싶었다.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너에게 가닿고 싶었다.
인스타 계정을 운영하면서 저는 기록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기록은 연결되어 '생각의 고리'가 됩니다. 5년 전 기록이 오늘의 기록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낳고, 저의 기록이 누군가의 기록과 이어져 더 나은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 이승희, 『기록의 쓸모』
글을 쓰다 보면 읽었던 문장들이, 수집했던 기록들이, 경험했던 순간들이 연결고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꽤 자주.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바비가 된다. 일리네어가 된다. 생각의 고리가 되어 내 안의 목소리로 터져 나온다. 오늘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3 모든 기록은 나름의 쓸모가 있다
5월 31일, 7월 23일에 이은 『기록의 쓸모』 세 번째 피드. 이틀 전, 저자의 ‘세바시’ 강연이 올라왔다. 성장을 만들어내는 1% 영감의 비결’ 주제로. 강연도 좋지만, 김미경’의 북드라마 콘텐츠가 더 인상적이라 그걸 나누고 싶다.
4월 중순부터 인스타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5월에 이 책을 만나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게는 상반기 손꼽는 책이라 글도 여러 번 쓴다. 아 TMI 이긴 한데 요즘 보고 있는 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은 하반기 손꼽는 책이 될 거 같다. 여러 권 사서 나누고 싶을 정도로 문장이 좋고, 마음이 움직인다.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울음조차 쓸모가 있으니까.
다시 『기록의 쓸모』. 다들 그런 경험 있을 거다. 몇 년째 스벅 다이어리를 겟하지만 1월을 넘기지 못한다. 계획하며 사는 사람도 아니고,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사람도 아니다. 초심은 언제나 잃어버린다. 그게 사람이다. 나도 마찬가지고.
근데 지금은 나름의 기록을 하고 있네? 제법 꾸준히. 초심을 찾은 걸까? 각성한 아구가 된 걸까? 아니다. 그냥 다이어리랑 나랑 안 맞았던 거다. 아이폰 메모장 기록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인스타에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식. 이게 내 기록의 패턴이고 내게 맞는 방법이다.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재밌게 살 수 있는 게 인생이다. 그러나 기록을 남기는 일, 글을 쓰는 일은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나의 일상, 내 생각이 담긴 기록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재밌고 가치 있다. 왜? 기록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니까. 내 이야기가 담긴 나의 일상이니까. 오늘 밤뿐만 아니라 인생의 주인공은 결국 나니까. 남기지 않으면 흘러가는 시간 속, 나의 모습 찾을 수가 없으니까.
김미경 강사는 말한다. “플랫폼은 너무나 다양하고 콘텐츠 있는 사람이 먹고사는 시대라고. 그 콘텐츠는 작은 기록에서 나온다고. 기록은 결국 그 사람의 브랜드가 된다고.”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 없고, 잘할 필요 없다. 내 일기장에 내 이야기를 하고 공유하면 된다. 그냥 일단 해봐라. 글이든, 사진이든, 영상이든, 그림이든 뭐든. 하다 보면 붙는 게 생각이고 경험이고 꾸준함이고 쓸모다. 이승희처럼. 김미경처럼. 결국, 우리 인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