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by 아구 aGu


그제, 어제 이틀을 뒹굴었다. 일만 하고 나머지는 기절. 오랜만에 꿈도 여러 개 꾸고. 뒹구는 삶을 사랑한다. 근데 너무 재미가 없더라. 읽고, 보고, 듣고, 쓰는 일이 없는 생활. 짧은 시간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길을 잃을 때면 삶이 아득하다.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나간 시간은 언제나 빠르고 아쉽다. 누구나 끝이 있고 예외없는 우리의 삶. 망각하며 살기 쉽다. 나도 그렇고. 미래는 멀고 죽음은 와 닿지 않는다. 늘어나는 평균수명만큼 나도 무사히 살 것만 같고, 뉴스에 나오는 사건은 그저 나와는 다른 일로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 갈수록 시간은 빠르고 젊은 날은 점점 멀어져간다. 당장 죽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어느새’처럼 언젠가 죽음이 내 눈앞에 성큼 다가와 있겠지.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할까? 좀 더 사랑하지 못하고, 좀 더 나누지 못하고, 좀 더 삶에 충실하지 못함을 후회하려나.


살아 있는 동안은 삶이다. 내게는 이 삶에 성실할 책무가 있다. -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그래서 글을 쓰며 기록을 남기는지도 모르겠다. 그 기록을 통해서라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를 돌아보게 되니까. 뒹굴지 않고 조금은 내 삶에 성실하게 되니까.


2월에 읽고 이런 글을 남겼었다. ‘올해의 끝자락, 나는 어떤 모습,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기록을 남기면서 행복해하고 아쉬워했을까. 무엇보다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로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지런히 일상을 지키고 감성근육을 키워야지.’


부지런히 일상을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작년보다, 어제보다 분명 행복을 느낀다. 죽음은 멀지 않다. ‘메멘토 모리’를 한 번씩 생각하자. 그럼 사이즈 나오지. 뭐든.

아침의 피아노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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