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와 음악캠프

반복과 공유의 미학

by 아구 aGu

20200926


30년 동안 라디오를 진행하는 DJ가 있다. 살면서 개근상 한 번 받아 본 적 없고 성실, 근면과 거리가 먼 나는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 말이 30년이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위치에서 규칙적으로, 반복적으로 일한다는 것. 청취자와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것. 그것만으로 박수 받아 마땅하다.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사실, 특별한 인생일 줄 알았다. ‘나는 남들과 달라’,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데 아니더라. 정해진 루틴과 반복의 연속,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것, 주어진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인생인가 싶다. 살아보니 점점 알겠다. 저마다의 인생이 별거 없고 그 반복이 바로 우리 인생이라는 걸.


그런데 별 도리 있겠나. 반복, 또 반복인 것이다. 조금 이르지만 2015년 나의 새해 모토는 그래서 '반복의 미학'에 헌신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괜찮은 문장 몇 개는 발견할 수 있겠지, 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서. - 배순탁, 『청춘을 달리다』


08년부터 배캠을 함께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외에도 많은 사람이 ‘반복’의 가치를 강조한다. 지루하고 권태로운 반복을 견디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배철수는 말한다. ‘자기도 신기하다고.’ 30년을 해올 수 있는 비결은 하루하루다. 멀리 있는 목표가 아니라, 오늘 내게 주어진 그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것. 그 하루가 쌓여 30년 세월이 되었겠지. 모든 일과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테고.


이틀 전, 배캠 30주년 기념 컬러 LP가 나왔다. 장사할 때, 바쁘게 배달하며 듣던 순간이 스쳐 지나간다. BTS가 배캠 나온 지 십여 일이 지났고, 무도에서 정형돈이 일일 DJ로 나온 건 벌써 6년 전이다. 흐르는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게 하루를 견디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나는 몰입하는 순간이 그렇게 좋더라. 좋아하는 것을 읽고, 보고,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쓰고 나누는 일. 그 일상을 반복하고 싶다. 음악이 함께면 더 좋고. 최근 빠진 가요는 아이유 ‘자장가’, 팝은 LANY ‘cowboy in LA’다. 그래서 말인데... 같이 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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