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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구 aGu Jun 18. 2021

내일은 말할 수 있으려나

2021.06.02


6월이다. 입을 떼지 못했다. 마음이 무거워서였을까. 앞날을, 계획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듯했다. 따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모두가 있을 때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좋은 얘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먼저 알리고 싶지 않았다. 만류할 것이 분명하니까. 놀람, 섭섭함, 걱정이 차례로 번져갈 테니까.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음으로 개개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죄지은 듯 양손 모으고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당당할 수는 없는 건가.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스스로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잘하는 선택인지, 감당할 수 있는 결정인지. 확실한 계기가 있으면 차라리 좀 편하려나. 다들 좋은 사람이라 거북한 마음이 앞선다. 아 한 명 빼고. 근데,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스타일이 맞지 않을 뿐이지. 그도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을 거고. 첫 회식을 홀로 안 간다고 했을 때 그의 얼굴에 순간 번져가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마스크도 소용이 없더라.


짬밥으로 눈치챈 건가. 어제는 그가 그러더라. “10년만 있으면 월급이 확 뛰네. 딴 데 갈 생각 하지 말고 붙어있어라. 너희 퇴직할 때쯤 되면 1억은 되겠다”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여러분들은 이십 년, 삼십 년 일해야 하는 곳이니까 지금 조금 힘들어도 버텨라”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인데 오지 않는 그 미래를 생각하라니. 앨빈 토플러야 뭐야.


언제부터 ‘좆같다’가 새어 나왔다. 입을 통해 마음의 소리가 스며나왔다.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 그때마다 어딘가 파열되는 기분이었다. 몸과 마음이 곪아 가는 기분이었다. 그 소리를 뱉으며 일어나는 날도 진짜 며칠 안 남았다. 내일은 말할 수 있으려나. 뱉고 나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으려나. 앞으로의 시간이 더 가시밭길일 텐데. 그쯤이야 뭐. 파이팅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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