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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Jul 20. 2022

한 없이 가벼워진 단어, '트라우마'

'투쟁'이냐, '투정'이냐

사전에서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트라우마'는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었다.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 정신적 외상.     


요즘 이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얄팍해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장면1 : 국민의힘 대변인


'여성들의 성폭력 무고로 피해받은 남성을 보며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     


국민의힘 문성호 대변인은, 여성기자들과의 식사 후, '다음에는 남성기자들과 함께 식사하시죠'라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유를 들어보니, 시민단체(당당위) 활동 시절, 여성들의 성폭력 무고로 피해받은 남성들의 사례를 보며 정신적 외상을 입어서, 여성들과의 자리가 불편하다는 것.


황당하고 황망했다. 여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가부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긴다'며 '여가부 폐지'를 주장(기사링크)했던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하태경 의원. 정말 대단하다.(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면, 여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정치인의 퇴출 또한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여성기자와 식사도 못하는 집권여당의 대변인이 과연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장면2 : 시위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대학생


'소음을 내며 시위하는 것은 폭력이며, 장기적으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연세대생이 위와 같이 주장하며 학교에서 시위하는 청소노동자들을 고소했다.


노동자들은 무엇 때문에 시위에 나서게 되었을까?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 샤워실 설치

△ 정년퇴직자 발생에 따른 인원 충원

△ 휴게공간 개선

△ 시급 440원 인상

   (4,400원이 아니다. 440원이다.)


위와 같은 '당연한'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이 현실이 폭력적인 것 아닌가?


21세기에, 세계10위권 경제국가에서, 그것도 '배움의 전당'인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제대로 샤워하고 싶다'고 시위를 하는 이 상황 자체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정녕 없는 것인가.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청소노동자 고소 대학생.(JTBC 뉴스 갈무리)



'트라우마'는 전쟁이나 재난, 국가폭력, 끔직한 범죄피해 등을 겪은 사람들에게 적용될 말이지, 저 대변인이, 저 대학생이 들고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아마도 저 두 사람은 '여성에, 그리고 좌파단체 민노총(?)에 맞서'는 '거룩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투쟁'보다는 '투정'에 가까운 것 같다.


'투쟁'이냐, '투정'이냐


그렇다. 저건 '투쟁'이 아니라 '투정'이다.


'여자 싫어', '시위, 소음 싫어'.


약자를 배제하는 논리, 그리고 '내 권리만 찾는' 각자도생의 논리가 - 마땅히 사장되어야 할 그 논리들이 - 여당 대변인의 입을 타고, 명문대생의 입을 타고 공론장에 퍼진다.


비극이다. 누군가는 계속 말해야 한다. 저건 잘못되었다고. 심각하게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추가]

정리해보니 하나의 접점이 보인다.


이.준.석.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고,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을 '비문명적'이라 비판하며 장애인단체와 각을 세웠던 그의 성향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장면1의 '여성을 두려워하는' 문성호 대변인은 이준석이 도입한 대변인단 선발 토론 배틀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연세대생과의 연대(청소노동자와의 연대가 아니다.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대학생과의 연대다. 환장하겠다.)를 선언한 최인호 국민의힘 구의원 또한 이준석의 대변인단 선발 토론배틀 참여를 계기로 정치권에 입문했다고 한다.(링크)


공론장에 올려져서는 안 될 논의들을 중앙으로 끌고 온, - 정치'인'이 아닌 - 정치'꾼'.


새로운 것은 별로 없고 해로운 것은 가득한  청년 여당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따로 다룰 예정이다.


[추가2]

전광훈 목사 측 변호사가 연세대 청소노동자를 고소한 학생의 변호를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세상은 요지경.


JTBC 온라인기사 갈무리.


<참고자료>

장면1 관련기사(링크)

장면2 관련기사(링크)

추가1 관련기사(링크)

추가2 관련기사(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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