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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May 11. 2017

홍준표 지지율 2위의 의미

'지금'이 아니라 '5년 뒤'를 생각해야

[메인사진 : 청와대사진기자단]


5월 9일, 모두가 예상한 대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총 13,423,800표를 득표(41.08%)하여, 7,852,849표를 얻은 2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렸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은 24.03%)


두 후보간의 차이는 5,570,951표로 역대 최대 표차였다고 합니다. 이전 기록은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상대로 기록한 531만표차였습니다. 우리는 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촛불의 승리? 극우세력의 사망선고? 


먼저, 5월 대선의 성격을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촛불이 만들어낸 '5월' 대선


12월에 치러지던 대선을 '5월'로 앞당기게 한 힘은 바로 '촛불혁명'에서 나왔습니다.


작년 10월,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국정농단의 전모가 사람들 앞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대통령은 국민앞에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국민을 속이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분노했고, 촛불이 타올랐습니다.


출처 : 노컷뉴스, http://www.nocutnews.co.kr/news/4699033


촛불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매서운 민심을 확인한 국회는 작년 12월 9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가결시킵니다.(투표참석 의원 299명 중 234명 찬성) 그리고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8명)로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시켰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19대 대통령 선거가 5월 9일로 확정되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위시한 친박세력에 대한 전국민적 분노가 만들어낸 대선이었던 것입니다. 일례로, 35~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자랑하던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 스캔들 기간 중 역대 최저인 4%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국정농단, 그리고 탄핵, 사상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 구속까지. 


이러한 국면에서 상식적인 정치세력이라면, 그들은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고 진정성 있는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했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망친 책임을 통감하고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쉬어가야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습니다.


촛불민심과의 정면충돌


그 어떤 개혁없이, 이름만 '자유한국당'으로 바꾸고, 홍준표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였습니다(3월31일).

홍준표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이 조금씩 회복되는 시기에, '박근혜 사면'을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2017&CMPT_CD=P0001) 촛불민심과의 정면충돌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득표율 24%를 기록했습니다.


그들은 51.6%(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에서 24%로 쪼그라든 것이 아니라 4%에서 24%로 '살아나고' 있는 것입니다. 아직도 '극우세력에 대한 강고한 지지'가 확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4% → 24%


사실, '중도보수'진영의 승리(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는 항상 '다른 세력의 도움으로', '겨우' 달성되고는 했습니다.


15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경우, 사상초유의 IMF 경제위기, 이인제 후보의 독자출마(당시 490만여표 득표)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었습니다. 사상초유의 경제위기를 맞고도, '중도보수'진영은 겨우 39만표차로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DJP 연합, 즉 군부세력인 JP세력의 도움을 받아 가능했던 승리였습니다.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경우, 정책과 이념이 크게 달랐던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승리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 후보를 57만여표 차로 '겨우' 따돌렸습니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094537


또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기록한 531만표차는, 당시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가 356만여표를 득표했다는 사실과 같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가 없었다면, 당시의 표차는 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을 것이고, 이번 대선 결과도 그 기록을 깰 수 없었을 것입니다.


쉬운 승리는 없었다


이처럼, '중도보수' 진영에게 쉬운 승리는 없었습니다. 어렵게 이기고, 크게 졌습니다. 이번에도, 보수세력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심상정 후보는 또 다시 강한 사퇴압력에 직면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 지금의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 들려오지만, 우리사회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왜 바뀌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왜 바뀌지 않는지, 이번 대선 결과를 통해 희미하게나마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많은, '현상유지를 원하는 사람들' 때문은 아닐까. 그의 과거가 어떠했든, 그의 언사가 어떠했든, 그가 속한 정당이 어떤 정당이든, '현상유지'만을 바라는, '구관이 명관'인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우리가 만나는 사람 4명 중 1명인 현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시작'은 축하받기만 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상유지세력'의 반격은 매우 위력적일 것입니다. 참여정부 뒤의 MB정부 탄생이 그러했듯이.


2007년 12월 20일 경향신문 1면.


홍준표 2위 기록의 의미 - '5년 뒤'를 생각하자


새 정부가, 그리고 촛불시민들이 5년 뒤를 내다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더 치열하고 험난한 여정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지금의 5년이, 5년 뒤의 5년도 결정합니다. 더 나아가느냐, '현상유지' 되느냐. 


어쩌면 홍준표 후보의 24% 득표는, 우리가 '지금의 승리'만을 생각하지 않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필요악'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촛불의 승리'보다, '보수의 선전과 활약'을 기억합시다. 5년 뒤에 또 다시 웃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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