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토지공개념이 도입되어야 하는가
정부가 새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담으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토지공개념에 대한 반대의견을 듣고 있다보면, '자유시장경제를 흔드는 것', '사회주의 체제로 갈 우려' 등 무시무시한 말들을 마주하게 된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원내대변인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속에서 피땀 흘려 사유재산을 축적한 국민을 적폐로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면 나라가 망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들 정도이다. 정말로 그럴까.
토지공개념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공공복리를 위하여 개인의 토지소유와 사용권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위험해 보이는가.
먼저, '자본주의'라는 경제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자본주의'란 체제는 어떤 체제인가. 자본주의는 '자본축적'이라는, 자본주의만의 독특한 성장메카니즘이 그 핵심이다. 그리고 '자본축적'은 '자본투자 → 생산 → 판매 → 확대재생산'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경제성장'(=확대재생산)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이윤'을, 노동자는 '임금'을 챙긴다. 그렇다면 '토지공개념'이 이 과정을 방해하는지, 그래서 대한민국 경제가 무너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토지공개념'이 없다면, 즉 토지의 개인소유에 아무런 제어장치가 없다면 토지투기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을까? 공장이든 사무실이든 사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땅'이 필요하다.
불로소득을 노린 토지투기는 창업의 의욕을 시작부터 꺾어놓는다. 비싼 땅값을 지불하며 사업장을 꾸렸다고 해서 굴레를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다. 대출이자 혹은 임대료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이고 생산적인 '이윤'이, 비생산적인 '불로소득'에 짓눌리는 꼴이다. 또, 노동이 소외된 한국사회에서, 기업의 가장 좋은 '비용절감' 수단은 바로 '인건비 절감'이다. 사람을 자르거나, 저임금을 지급한다. 이렇게 토지투기는 기업의 '이윤'을,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를 갉아먹는다.
또 하나, '투자'는 왕성한 소비력이 형성된 곳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어느 자본가가 자신의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해줄 능력도 없는 곳에 투자를 감행하겠는가. 토지투기는 여기에서도 말썽을 부린다. 비싼 땅값은 '전세대출이자', '월세' 등으로 가계에도 막대한 부담을 지워 민간의 소비력을 격감시킨다. 소비력이 극대화되지 못한 사회에서 '자본투자'와 '확대재생산'이 역동적으로 일어나기는 힘들다.
토지공개념 때문에 '자유시장경제가 흔들린다'고? '사회주의 체제로 갈 것'이라고? 천만에. 토지공개념이 확실히 자리 잡으면 창업과 기업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기업이 가져가는 '이윤'도 더 커질 것이다. 기술개발에 투자할 여력도 생길 것이다. 자본주의가 더 역동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진정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다.
일본의 20년 장기불황이 '토지공개념' 때문에 왔는가. 미국의 2008-2009년 금융위기가 '토지공개념' 때문에 왔는가. 불로소득을 노린 '토지투기'가 이 위기들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일본 자본주의, 미국 자본주의는 오히려 '토지공개념의 부재'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부동산 투기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면서 말이다.
한국 자본주의는 어떨까. 목돈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창업투자'보다는 '투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젊은이들은 '억소리'나는 부동산가격에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가 아니라, 한국 자체가 망하고 있다. 이 비극적인 흐름의 중심에 '토지투기'가 있고, 이를 끊어낼 처방전은 '토지공개념'이다. '토지공개념'은 반드시 필요하다.
창업과 혁신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가정신과, 시세차익을 통해 불로소득을 노리는 욕망은 구분되어야 한다. '내 돈과 내 소유를 마음대로 하는 것'이 자본주의라고? 천만에. 그건 천박한 '금권주의'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의 파괴적인 결과가 본인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에게까지 피해를 준다면, 이는 제어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共和)국', 즉, '모두의 나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