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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김밥 Aug 20. 2018

<공작> 리뷰 :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영화 <공작>이 알려주는 남북평화의 열쇠

북한과 남한은 담을 쌓고,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면서 살아왔다. 수십 년을. '같은 언어, 같은 역사, 같은 민족'이라는 큼지막한 공통분모조차 남북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지 못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를 어떻게 정착시킬 수 있을까. '언어, 역사, 민족'보다도 더 확실하고 강력한 '공통의 카테고리'가 과연 있을까. 북의 최고지도자를 만난 공작원을 다룬 영화 <공작>에서,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돈'이다.


자본주의체제를 받아들인 남한에서야 '돈'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공산주의' 북한에서도 과연 그럴까. 답은 '예스'다.


영화 <공작> 포스터


북에서도 통하는 '돈의 힘'


남측의 박석영(황정민 분)은 '돈'을 핑계로 북의 리명운(이성민 분)에게 접근한다. '외화'가 절실히 필요했던 리명운은 조금씩 그에 대한 의심을 덜어나간다. 영화 <공작> 곳곳에서, '돈'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리명운 일행 중 김명수(김홍파 분)는 박석영의 '진품 같은 짝퉁' 시계선물에 마음을 활짝 연다. '공화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박석영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음에도 리명운과 보위부 정무택(주지훈 분) 과장 또한 '번쩍번쩍'한 시계를 차고 박석영과의 만남을 이어나간다.


'흑금성'의 실체가 드러난 후, 리명운의 거취를 걱정하는 박석영에게 리명운은, '자본주의경제를 공부하고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면서 그를 안심시킨다. 그리고 수년 후, 남북의 광고합작이 이루어진 그 곳에서, 박석영은 리명운이 건재함을 확인한다. 그의 건재는 그가 말한대로, '자본주의경제를 공부하고 외화벌이가 가능한'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자리에서 서로에게 안부인사를 건네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리명운은 번쩍번쩍한 시계를, 박석영은 넥타이핀을 보여주며 그들의 우정을 확인한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리명운과 박석영. ⓒ CJ엔터테인먼트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필요한 것은 역시 '돈'이다. '광고사업이 잘되면 향후 엄청난 수익이 보장된다'는 박석영의 논리에 광고사업을 승인하고, 마찬가지로 '돈' 때문에 남측의 도발요청을 받아들이고 무력도발을 허가한다. 그리고 그 도발계획을 철회하게 되는 계기 역시, '중간에서 돈을 가로 챈 누군가가 있다'는 정보 때문이다. '돈'은 북한에서도 여지없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한반도에 평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수도, 혹은 긴장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과 합작사업 등을 통해 '평화의 한반도'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국가가 아닌) 자신들의 정권보위를 위해 무력도발을 요청하며 '긴장과 대결의 역사'를 지속시킬 것인가. 답은 자명하다.


'돈', 어떻게 쓸 것인가


지금도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고, '경제건설'이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적 부흥'은 남한에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준다. 경제적 실패로 민심이 들끓을 때, 민심을 관리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어 대내적 결속을 다지는 것이다. 남한에게 좋을 리 없다. (물론, '무력도발을 요청'했던 자들의 후예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평화'를 위해 우리의 돈을 쓰면 된다.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시키자. 더 크게 만들자. 북한 곳곳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자. 의류, 장난감 등의 간단한 제품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등의 첨단 전자제품을 만드는 공장도 들어서면 어떨까. 자동차 생산공장은 어떨까.


영화 <공작>의 한 장면. 남북광고합작을 위해 남북의 톱스타가 조우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북한은 개성공단조성을 위해 일부 군 병력을 후방배치하기도 했다. 군대가 자리 잡았던 곳에 '남한의 자본+북한의 노동자'가 재화를 생산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야 말로 가장 수지맞는 장사가 아닌가. 가장 좋은 안보가 아닌가. '북한에 퍼주는 돈'은 유무형의 가치로 결국은 남한에 돌아온다고 믿는다. 한편으로는 '우리를 위해 쓰는 돈'이라고 믿는다.


북한 퍼주기? 남한에 돌아온다


평화를 돈 주고 사는 것이 영 못마땅한가? 군사력에 쏟아 붓는 돈은 아깝지 않은가? 분단 이후 70년 가까이 무력을 위해 써왔지만 끝이 보이는가? 서로를 겨누고 있는 총과 포를 위해, 서로를 더 잘 죽이기 위해 돈을 쓰는 것보다 평화를 돈 주고 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일 것이다. 돈은 잘 쓰라고 있는 것이다. '평화'를 위해 돈을 쓸 것인가, '끝없는 대결'을 위해 돈을 쓸 것인가. 북으로 하여금 총을 쏘게 할 것인가, 협력과 화해의 길로 나아오게 할 것인가. 2017년, '촛불혁명'의 위대함을 보여준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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