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나와 적수의 강점과 약점을 충분히 알면 전장에 나가서도 충분히 이길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손자병법에서 유래했다. 손자병법은 중국 전국시대 병법서이다. 오나라 출신 손무가 지은 책으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술이 담겨있다. 이 고전은 오늘날에도 국가,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의사결정자들에게 중요한 가치를 심어준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자전거 여행자 역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다. 여행할 곳을 제대로 알고 나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분석한다면 성공적인 여행을 이끌 수 있다. 그렇지 못하다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보람없이 여행 중간에 귀국할 것이다. 몸도 망가지고 정신도 피폐해진 채로 말이다.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왜 고생을 하러가는가?
질문을 통해 내가 정말 이 여행을 가고 싶은지 그리고 얼마나 힘들지를 생각함으로써 스스로의 마인드를 테스트하고 컨트롤해야한다. 그럴 경우,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대한 확신과 목표의식이 좀 더 분명해 진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와 여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전거 여행은 다른 여행과는 비교하면 무척 힘들다. 물론 우주 여행만큼의 리스크가 있지는 않다. 우주 여행이 루비콘강을 건너는 느낌이라면 장거리 자전거여행은 유목민 생활이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다리를 이용해 페달링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자전거를 타지 않은 사람이라면 여행 중2주간은 손과 발이 저리고 무릎과 허벅지에 통증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바람을 막아 줄 자동차 앞유리도 더위를 가셔 줄 에어컨도 없이 몸이 자연에 노출된다.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햇빛 아래 얼굴은 타고 피부는 불거진다. 그리고 도난에 노출되기 쉽고 의식주를 모두 직접 해결해야한다.(물론 신용카드 투어링은 예외다) 때로는 며칠간 씻지 못해 피부에 종기가 나기도 하며 숲풀에 몸을 가린채 벌거벗고2.0L 생수로 샤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 자동차와 접촉사고가 날수도 있다. 이처럼 리스크만 놓고 보면 무척 꺼려진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지인 중 다녀온 사람을 보고 혹은SNS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을 보고 여행을 떠나면 안된다. 그렇지 않다면 장비의 문제에서 시작해서 정보의 문제 그리고 체력의 문제가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충분히 불편을 숙지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 후 다녀오는 것이 좋다.
둘째, 자전거 여행은 준비할 물품이 많고 계획 기간이 꽤 길다. 때문에 여행 준비 도중 포기할 수 있다. 자전거 여행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필요한 물품 뿐 아니라 자전거에게 필요한 용품도 구입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전까지 정보를 검색하고 찾고 구입하는데2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만약을 대비해서 자전거를 수리하는 기술도 터득해야한다. 또한 장거리 여행은 기간이 길기 때문에 여행계획을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하므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칠 수 있다. 구글 지도를 찾아보고 동선을 계획하고 도심 내에서의 루트와 일정을 계획하는 내 모습을 보고 회사일을 하는 것인지 여행을 준비하는 것인지 혼란이 올 수 있다. 여행 계획만 짜도 여행을 다녀온 듯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여행기간 중 일정관리가 안되고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자전거 여행은 사전 준비가 빡빡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셋째, 사전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간과 경비가 소요된다. 물론 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미리 자전거 훈련을 할 것을 권한다. 한국은 자전거 도로가 과거와 달리 잘 정비가 되었다.처음에는4대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자전거 도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시골길을 따라 도시와 도시를 움직이는 연습이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유럽 여행 시 도시간 이동은 대개 시골길이나 이와 유사한 도로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전 같은 연습을 통해 방향 감각과 길 찾는 느낌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하루 이틀 다녀오는 것 보다는 사흘에서 일주일 사이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해야 시뮬레이션이 된다.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본인의 페이스와 식습관 패턴 그리고 라이딩 시 애로사항을 좀 더 분명하게 분석하여 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 이렇게 해야 장거리 여행 시 체력 소모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여행 전, 중, 후 모두 만만치 않다. 따라서 강한 내적 동기가 자전거 여행에서필요하다.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힘은 우리의 강한 목표의식에서 나온다. 힘차게 페달을 내딛을 수 있는 내적 힘은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가치이다.
성공한 조직의 공통적인 특징은 명확한 목표의식과 실천에 있다. 리더가 조직구성원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조직 구성원 역시 목표에 공감을 해야 조직이 빠르게 목표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조직이 학습함으로써 추진력을 얻게 된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목표가 분명하고 계획이 있어야 일을 할 때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피터 드라커가 쓴'자기경영노트'는 성공한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을 제시했다.
자전거 장거리 여행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목표 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욕구를 이해했다면 이것을 바탕으로 어떤 목표를 세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신중을 기해야한다. 내가 간절히 원하고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야 한다.
이후 액션플랜(전체 로드맵에서 부터 시작해서 일일 계획)은 구체적이고 치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어떤 컨셉으로 계획할 지, 루트를 어떻게 계획할지, 몇 일을 다녀올 지, 그곳에서 무엇을 할 지, 예산을 얼마를 책정할지가 목표에 따라 전부 달라진다. 이러한 요소들을 설정하지 않으면 부수적인 요소에 의해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 거기에는 금전적인 이유, 시간의 이유, 이동거리의 이유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목표가 흔들리면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든다. 더 심각할 경우,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계획단계에서 정확한 목표설정은 무척 중요하다.
나의 경우 자전거 여행의 목표는 도전과 만남이었다. 도전은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돌아다녔다는 스스로에 대한 성취감이다. 만남은 유럽문화와의 조우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소통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웜샤워를 통해 현지인들을 많이 만났으며 더 많이 보고 배우기 위해 유럽 지역에 대한 공부를 하고 여행을 다녀왔다. 실제 여행 중 일정 상의 문제로 최초 자전거 여행 출발지 독일 뷔르츠부르크에서 최종 도착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가는 동안 기차를1번 탔고 나머지는 전부 자전거로 달렸다. 총 달린 거리는2000km였다. 웜샤워는56일간의 여정동안6번(7일), 지역에서 현지인의 도움으로 숙식을 해결한 경우가2번(2일). 창고에서 잠을 잔 경우가1번(1일)이다. 전체 일정 중 20% 가까이를 현지인들과 소통했다. 20%가 꽤 작은 숫자일 수 있지만 문화를 경험한 좋은 인상 대부분은 유럽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그들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배운 것이 전부이다.
구체적인 목표
구체적인 목표는 하위목표이다. 하위 목표는 실제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작성하는 것이 좋다. 목표에 걸맞는 하위목표를 생각하고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적절한지 고민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나의 구체적인 목표는 현지 만남(15회 이상 만나기), 자전거여행에 대한 도전(대중교통 없이 이동하기) 이 두가지였다. 현지 사람에 대한 도전은 유럽사회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배우는 일이었다. 짧은 영어와 처음 접하는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일단 부딪쳤고 귀중하고 가치있는 체험을 경험했다. 두 번째 자전거여행에 대한 도전은 여행시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 페달로만 길을 누비는 일이었다. 실제 최초 시작점인 뷔르츠부르크에서 도착지 바르셀로나까지 일정 상의 문제로 기차를 한 번 타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전거로 다녔다. (경유지 뮌헨에서 뷔르츠부르크까지 기차를 탄 것은 제외시켰다.) 세 번째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도전이었다. 좁은 한국땅과 동북아시아(중국, 일본, 대만)만 다녀온 나로써 유럽문화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