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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 Dec 03. 2015

나와 같은 당신에게

취준생이 취준생에게



울컥하는 마음을 풀어내고자 쓴 글이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당황스러워졌다. 열심히 팀플을 하고 있는 중에 난데없이 '이거 너냐'하며 물어온 메신저에 깜짝 놀랐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주변에 썩 알리는 편이 아닌데, 그것도 굉장히 친한 친구가 어디선가 보고 알아채니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겨우 대학생 글 하나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같은 글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었는데, 그것을 읽고 메일까지 보내주신 분도 있었고, 나를 응원해주는 댓글도 많았다. 다시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얼마 전 어떤 선배가 해 준 말 때문이다.




"취준기간이 힘든건, 불투명한 미래에 자신감은 계속해 떨어지고 자존감 마저 흔들리기 때문이야.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이 미치도록 힘든 그 기분을 공유할 사람이 없어서, 혼자 끙끙 쌓아두다 곪아서 그런거지."



선배의 말대로, 나와 같은 시기에 놓여진 모두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힘들다' 한 마디를 쉽게 풀어내지 못했다. 내 옆의 친구도 힘든 것을 아니까. 각자가 취업에 대한 목표가 다르듯이, 힘든 모양새도, 기분도, 내용도 다르다. 그래서 나의 '힘듦'이 타인과 쉽게 공유가 안된다. 이럴 때면 혼자라는 생각이 사무치게 들고, 괜히 우울감에 빠진다.



내게 메일을 보내 주신 분의 사연은 이랬다. 그 분과 그 친구가 같은 인턴십에 지원을 했단다. 그런데 그 분은 떨어지고 친구는 붙었다. 친구의 노력을 알기에 축하해 주었으나, 상하는 자존심과 질투심에 진정으로 축하가 안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의 대상이 본인의 가장 친한 친구여서, 불순한 마음을 갖는 것 같아 어디에도 드러내지 못했는데, 글을 보고 후련했다 그랬다. 자꾸만 무너지는 자존감과 자신감에 누군가 알아주길 바랬는데, 멀리서 알아봐 준 것 같아서 위안이 됐다 그랬다.



고맙다. 정말 고맙다. 내 기분이, 내 글이 당신을 후련히 만들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것을 읽은 사람들이 나의 글에 공감하므로써 힘듦을 풀어낼 수 있었다면, 나는 그것에 만족한다.




나와 같은 당신, 당신과 같은 나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고, 힘이 되지 않는 시간이다. 수많은 명언과 자기개발서로, 온갖 방법들로 나를 다독이고 일으켜 보지만 좀처럼 힘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우울하게 있는 것이 더 안 좋은 것도 뻔히 알고 있다. 그런데 자꾸만 땅으로 떨어지는 어깨와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눈물을 말릴 방법이 없다.

어쩌면 나와 같은 당신도 어떤 의미에서 '어항 속의 물고기'라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어느 누구도 내게, 그러니까 당신에게 '어항 속의 물고기'라 말하지 않았다.


스스로 어항이라 생각했던 곳에서 보내온 시간들을 천천히 생각해보면, 분명 나는 호흡하는 것도 배웠고, 스스로 정화하는 것도 배웠다. 유리 밖으로 보이는 사회를 보고 '꿈'이라는 이름으로 그려본 것들이 있었고 그것을 이루고자 애썼던 시간들로 지금의 내가, 당신이 됐다. 나도, 그리고 나와 같은 당신도 알고 있다. 머지 않아 지금 이토록 힘든 지금을 덤덤히 돌이킬 수 있는 순간이 오리란 것을.



이 시기를 지나고 취업한 선배들이 혹은 주변인들이 '곧 지나간다'는 말을 셀 수 없이 많이 해줬지만, 미안하다. 그렇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과 같은 내가 말해주고 싶다.  



당신도 힘들고, 나도 힘든 요즘이다. 우리를 갉아 먹던 수 많은 순간들에 느꼈던 힘듦과 고생이 곧 끝나가고 있다. 내가 당신의 힘듦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내 글을 읽은 당신이 공감을 했다면 그것으로 나와 당신은 힘듦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 잊지 말자. 당신과 나는 지금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는 청춘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변하지 않은 사실은, 취업 앞에 초라해짐을 느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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