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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 Feb 19. 2016

너의 졸업

대학을 그리워 하지 않기를.

학사모를 쓰고, 졸업 가운을 입은 네가 새삼 '어른'처럼 보였던 것은 왜일까. 어느새 우린 한 두명 씩 학사모를 쓰게 됐고, 정장을 입게 됐어. 네가 던진 학사모 위로 지난 추억들이,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모든 시간들이 흩어지는 것만 같았어.




어리숙했던 우리가 캠퍼스를 돌아다니던 것이, 초여름 밤 호수공원에서 치맥을 마시던 것이 엊그제 같아. 매일이 술을 마셔야 할 이유로 가득했고, 매일이 자체공강의 합리적 이유를 담고 있었어. 새내기었던 우린 어느새 후배를 맞이하고, 마냥 놀 것만 같았던 우리도 제법 혼자서 선택하고 책임을 질 줄 알게 됐어.



네가 군대에 가고, 또 내가 휴학을 하면서 항상 함께할 것만 같았던 우리도 점점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있었어. 비로소 학교로 돌아왔을 땐, 각자의 길을 감으로써 함께 할 수 없는 시간들이 당연하게 느껴졌었다.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고 적응하지 못했던 나는 내심 서운해 하기도 했었지. 사실은 매우 자연스럽고, 그래야만 하는 것인데 말이야.



그래도 우리는 '동기'라는 이름으로, '가장 친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틈틈히 얼굴을 비추고 맥주 한 잔 마시기도 했어. 그것 또한 색다른 맛이더라. 모든 것이 신기했던 그 때는 별 일도 아닌 것에 '별 일' 처럼 떠들고 웃던 풋풋함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들을 추억하고, 각자의 고민을 털어 놓으면서 조금 더 성숙해진, 작년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어.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쓴 네 모습은 내게 매우 낯설었어. 100명의 동기들 중에서 네가 제일 먼저 졸업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 '가장 친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사람들 중에서는 네가 처음이었어. 그래서일까. 바로 옆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너는 왜 그렇게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을까.



환하게 웃는 너의 얼굴에서 후련함이 보였어. 그러면서도,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감과 '학생'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것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보였어. 졸업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 것. 그것이 우리들의 졸업인가보다. 너는 이전처럼 아무 걱정 없이 술잔을 기울일 수 없음에 아쉬워했지. 우리보다 조금 더 일찍 졸업한 너는, 학교에 남은 우리들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없음에 안타까워 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든 직장인이 된 너는 내 손을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하며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 불안과 걱정을 여과없이 보였어.



네가 잘 해낼 것을 나는 잘 아는데, 내 손은 왜 아직도 네가 움켜 잡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질까.

졸업하는 널 보며 내가 더 아쉬운 것은, 아마 너에게 그리고 앞으로 내게 지어질 책임 때문인 것 같아. 16년간 우리가 여러 학교 안에 살아오면서, 비로소 학교를 벗어나는 것.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바라보기만 했던 정글에 몸을 내던지려니, 덜컥 겁이난게 아닐까. 넌 그랬던걸까.



괜히 감상에 젖어 지난 사진들을 들춰봤어. 내 생일 파티를 해 주던, 엠티에 가고 학회 활동을 하던 우리가 보였어. 그리고 우린, 더할나위 없이 즐거워 보였어. 우린 어느 누구보다 열정이 넘쳤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어. 홍보대사, 문화사랑 서포터즈, 기자에 인턴까지. 항상 고민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어. 너의 열정과 노력이 이제 드디어 꽃 피울 때라고 생각해.





가장 친한 친구야.

처음엔 '동기'라고 불렀던 너를, 이제는 친구라고 부른다. 먼저 사회에 발을 내딛는 네가 얼마나 불안해 하는 지, 걱정해 하는지 감히 상상할 수 없어. 내년에야 비로소 널 이해할 수 있겠지. 언젠가 네가 내게 이런걸 물어봤어, "누난 언제로 돌아가고 싶어?"


졸업과 동시에 벌써부터 대학이 그립겠지. 하지만 대학이란 곳이, 우리의 추억이, 너의 청춘과 젊음이 녹아난 곳이라 해도 절대 그리운 곳이 되지 않길 바래. 1년이, 5년이, 10년이 지난 훗날에도 네가 "대학 때 제일 행복했다"고 말하지 않았음 좋겠어.


힘들거야. 정말 학생 때가 좋았다고 말 할 때가 있을 거고,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을거야. 그 모든 것들을 현명하고 지혜롭게 이겨낸 뒤에 대학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있길 바래.


언젠가 어떤 교수님이 수업 때 말씀하신 건데, 'developed를 기대하기 보다 developing 을 즐기라'고 하시더라.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진 너의 에너지와 열정을 응원한다.



너의 졸업을 축하해.

God bles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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