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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HEE Mar 30. 2016

글 위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당신의 글로 목소리를 듣는다



모든 글에는 그 작가 고유의 음색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 글을 읽을 때면, 그 작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목소리는 감정까지 담고 있어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이기도 하다.



당신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나는 글을 읽기 전 반드시 작가의 얼굴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의 목소리를 상상하기 위해서. 사진과 책, 혹은 글의 제목을 보고 음악을 고르 듯 어울릴 법한 목소리를 상상한다. 그리고 그 음색으로 글을 읽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유별남'에 감사하며 한껏 상상에 빠져 글을 읽는다. 사실 이 효과는 엄청나다. 정말로 이 사람이 내게 말을 하는 것 같은, 그 사람의 어떤 생각이나 고민, 속마음을 털어 놓는 것 같은 기분에 빠진다. 여운도 깊다. 실제로 만나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굳이 작가의 목소리를 내 상상에 맞춰 셋팅해 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래지 않은 일이다. 얼마 전 코 끝을 찡하게 만든 에세이 한 편을 읽었다. 여행에세이였는데 아는 지인이 '한 번 읽어봐라'하고 툭 던져준 종이 몇 장이었기에 작가의 이름도, 얼굴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런데, 글에 묻어난 그의 감정 위로, 종위 위로 드러난 정갈한 문체 위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섬세한 표현과 화려하지 않은 문장. 담담한 흐름 안에 비춰지는 그의 슬픔과 처절함이 가슴으로 느껴졌다.


"유난히 하늘은 높고 파랬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쳐다 볼 때마다 나는 고요해졌다."


하늘을 쳐다 볼 때마다 정작 나는 고요해 지는 것. 그 기분을 우리는 안다. 울컥해 올라오는 어떤 감정. 나를 짓누르고 힘들게 하는 그 어떤 것들. 그런데 그 감정들과 어떤 것들을 몇 번이고 토해내 게워내는 과정은 사실 참으로 고요하다. 울어내면서 눈물에 함께 쏟아내기도 한다. 그는 그랬다. 다른 말이 없었어도 난 그가 하늘을 보면서 울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두 문장에 그의 울음기가 한 껏 묻어났으니.





당신의 목소리가 좋다. 당신이 살아온 삶이 좋다.


이 곳, 브런치의 글을 읽다 보면 참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  나는 에세이보다는 자기계발이나 사회과학, 인문에 관한 글을 주로 읽는다. 에세이가 아니어도 충분히 글쓴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대부분 남성 작가들인데, 어떤 사람은 강하고 단호한 목소리, 또 어떤 사람은 부드럽고 젠틀한 목소리를 가지거 있다. 글을 읽을 때 문체에서, 표현에서 곧이 곧대로 나타난다. 그들은 그들의 정체를 숨길 수 없다.



여성 작가들의 에세이를 읽는 것도 좋아한다. 아무리 여자들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감수성이 있다고 하나 개인의 색깔은 당연히 다르다. 나긋하고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작가가 있는 반면 수다스럽고 목소리가 큰 동네 아주머니를 연상시키는 작가도 있다.



목소리는 글쓴이가 살아온 삶과 그 방식, 글쓴이의 성격을 욕심있게 담고 있다. 물론 글을 읽으면 내용에서 작가에 대해 알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글을 읽는 것과 목소리를 느끼는 것은 또 다르다. 뭐랄까, '목소리를 느낀다'는 표현이 좀 변태스럽지만 '작가를 만났다'는 느낌을 훨씬 생동감있게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책을 많이 읽어라'하는 것은 단순히 독해력이나 어휘력, 사고력을 배양하고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간접경험, 작가의 목소리를 느끼면서 그들이 살아온 방식과 그들이 만나고 느껴온 사회의 여러 이면들을 보는 것이다. 나와 같은 혹은 다른 사회을 살면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 일들로 어떤 것을 배우고 느꼈는지. 그 모든 감정이 작가의 목소리에 담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독자가 작가의 목소리에 반한다는 것은 그 작가가 살아온 삶이, 그가 겪어내고 이겨낸 방식이, 그리고 그 과정들에서 그가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들에 반한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목소리가 좋은 작가들을 찾길 좋아한다. 무언가 내 삶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 들어 찬 것 같다.





오늘 따라 글에 유난히 '느끼다'는 말이 많아 스스로 변태스럽게 보인다. 오늘도 목소리를 느낄 작가를 찾아 나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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