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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Nov 10. 2021

마법 반지 같은 진심

열두 번째 책 <감정종합선물세트>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외모는 아이들에게 최대 관심사죠? 왜 그렇게 주변 시선을 의식하나 싶다가도 저 나이의 아이들에겐 중대한 사안일 텐데 내가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아마, 초등학교 이후의 중고등학교에서는 외모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질 겁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부작용들을 낳습니다. 지나치게 외모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든지 남과의 비교를 통해 자존감을 잃는다든지 친구의 외모를 놀림거리로 이용해 폭력을 일으킨다든지 하는 부작용들이죠.


김리리 작가의 단편집 <감정종합선물세트>에 실린 <돼지 공(은)주>의 주인공 공은주는 친구들에게 '돼지공주'라는 장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은주는 그런 아이들의 장난에 무수한 상처를 받죠. 외모에 대한 놀림과 폭력의 양상이 늘 이렇습니다. 가해자는 장난, 피해자는 상처가 되는 양상입니다.


그러던 은주에게 신비한 반지가 생깁니다. 할머니가 물려주신 반지죠. 그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슬슬 돌리면 은주 눈에는 그대로이지만, 남들에게는 묘하게 예쁘게 변해 보입니다. 공주는 일순간 학교에서 돼지공주가 아니라 진짜 공주가 됩니다. 그런데, 이 반지는 은주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항상 빼지 않고 끼고 있는 반지죠. 엄마가 왜 은주와는 달리 예뻐 보였는지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은주는 왜 하루라도 빨리 반지의 능력을 알려주고 자신에게 주지 않았는지 의문일 뿐입니다. 돼지공주라고 놀림 받는 걸 뻔히 알면서요.


하지만, 은주에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끝없는 시기와 질투, 근거 없는 소문, 은주의 외모만 보고 고백을 해오는 남자아이들까지. 은주가 감당하기엔 어렵고 실망스러운 일들입니다. '돼지공주'로 놀림 받는 것만 힘든 일인 줄 알았더니 '공주'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이라니요.


그리고 은주는 두려워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진짜 은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지가 만들어 낸 가짜 모습에 불과하죠. 그때, 친한 짝꿍 건우가 고백합니다. 은주는 건우마저 외모만 보고 좋아하나 싶어 건우에게 엄청난 실망을 합니다. 하지만 건우는 달랐죠. 은주의 가짜 모습이 아니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진짜 모습을 보고 있었던 겁니다. 건우 눈에는 여전히 몸도 통통하고 얼굴도 둥글둥글 팔뚝도 두껍고 다리도 엄청 튼튼한 은주일 뿐입니다. 아마, 반지가 건우에게는 소용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에게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진심으로 엄마를 사랑하는 아빠는 엄마가 반지를 돌리든 돌리지 않든 그 진짜 모습을 보고 있을 테니까요. 엄마는 은주의 말에 용기를 얻어 처음으로 반지를 빼고 아빠의 앞에 앉았습니다.


엄마는 뭔가 결심한 듯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검지에 끼고 있던 반지를 뺐다. 엄마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힌 모습대로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만할래. 너희 아빠 속이는 거 말이야." 나는 아빠의 표정을 살폈다. 아빠는 엄마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빠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아빠...."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 내가 대신 설명을 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손 씻고 오면 되잖아. 완전 붕어빵처럼 똑같이 생겨가지고. 둘이 노려보는 것도 똑같다니깐." (91p)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이건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웃어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외모 이외에도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진심을 향하는 어쩌면 영원한 시선이 있음을 그것이 외모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임을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감정종합선물세트>에 실린 다른 단편들도 함께 읽어볼만한 작품들입니다. 읽어보시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읽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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