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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Dec 28. 2021

아빠는 이번 주에도 일했거든

열일곱 번째 책 <아빠 로봇 프로젝트>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또 쉬어? 지난주에도 쉬었잖아." "아빠는 이번 주에도 일했거든." (11쪽)


공감 가는 이야기인가요? 일에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그저 쉬고 싶은 마음뿐일 때가 많죠. 그러면 그럴수록, 우선순위에서 어쩌면 '당연하다'라고 생각되는 '가족'이 제일 쉽게 멀어지곤 합니다.


<아빠 로봇 프로젝트>의 주인공 아빠, 오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에 쫓기느라, 돈에 쫓기느라 아들이 말을 거는 것도 귀찮고 밥을 같이 먹는 것도, 놀아주는 것도 힘들죠. 그저 퇴근 후에는, 쉬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데, 오씨의 아들 준이가 그런 아빠를 보면서 갑자기 눈을 반짝거립니다.


만사 귀찮다는 아빠를 꼬드겨 '아빠 로봇 프로젝트'에 아빠를 참여시키려고 하죠. 아빠 로봇 프로젝트는 아이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을 넣어서 로봇으로 빌려주는 심지어, 1년 무료로! 빌려주는 프로젝트입니다. 오씨의 아들 준이가 원하는 아빠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 아빠랑 똑같이 생긴 로봇이었으면 좋겠다. - 바쁘거나 피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내 옆에서 함께 해 주는 아빠면 좋겠다. - 친절한 말투로 얘기했으면 좋겠다. - 내 얘기를 많이 들어주면 좋겠다. - 많이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정도입니다. 특별한 요구 사항들은 아니죠.


살짝 슬프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준이의 아빠를 향한 소박한 바람에서 말이죠. 오씨도 준이의 요구를 들으며, 헛웃음이 납니다. 이미 11년째 같이 있어 주는데 뭐가 부족하다는 건지 살짝 어이가 없죠. 어쨌든 준이의 바람을 담은 아빠 로봇이 도착했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오씨는 오씨대로 행복하고 준이는 준이대로 행복하죠.


그런데, 아빠에게 위기가 찾아옵니다. 어쩌면, 정체성의 위기라고 할까요? 아빠 로봇을 더 좋아하는 준이에게서 진짜 아빠(?)로서의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죠. 놀이공원에 간다는 소식에 오씨는 평소와 달리 잽싸게 같이 가겠다고 하죠.


그런데,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오씨는 로봇이 아니거든요. 로봇과 달리 너무나 지칩니다. 하루 종일 놀아 주었는데 또 수학 공부를 도와달라고 조르는 준이에게 오씨는 결국 불같이 화를 내고 맙니다. 그날 이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준이를 보며, 오씨는 후회를 합니다. 이런 결과를 바란 건 아녔는데요. 오씨는 미안한 마음에 준이가 그토록 바라던 아빠 참여 수업에도 로봇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가겠다고 하죠. 준이는 거절합니다. 아빠 로봇이 오면 되니까요.


아빠는 아빠 로봇에게 자신이 참여 수업에 갈 거라고 우겨댑니다. 아빠 로봇은 그런 아빠에게 "준이가 원하는 아빠로서의 자리를 지키시겠습니까?"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집니다. 아빠는 '그러겠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죠. 그 아빠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아빠 로봇은 순식간에 종료되어 버립니다.


그나저나 얘들아, 이번엔 아저씨가 좀 물어보자. 오씨의 아들이 신청서를 썼던 건 오씨를 아빠답게 바꾸려고 한 거였을까? 아니면 아빠를 진짜 로봇 아빠로 바꿔 버리고 싶어서였을까? (90쪽)



결국 오씨는 참여 수업에 아빠 로봇 대신(?) 참여해서 진짜 아빠로서의 역할을 해냅니다. 오씨는 준이를 위해, 가족을 위해 변하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는 당연한 가족을 당연하게 우선순위에서 밀어버리곤 합니다. <아빠 로봇 프로젝트>가 말하고자 했던 것도 당연하지만, 당연해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빠 로봇 프로젝트>가 언제든 <엄마 로봇 프로젝트>가 될 수도 <아들 로봇 프로젝트>가 될 수도 <딸 로봇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소문에 따르면 '엄마 로봇 프로젝트'를 위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고 함! 미리 주의할 것!"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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