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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Dec 30. 2021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

열여덟 번째 책 <괜찮니? 얘들아>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쉬쉬하지만, 제가 속해있는 교육청에서도 많은 문제가 되고 있죠. 안타까운 일들이 고등학교, 중학교, 심지어는 초등학교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립니다. 자신을 존중하는 일을 스스로 만들어내기엔 너무나 어린아이들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을 바라봅니다. 칭찬을 바라고 친구를 만들고 관심을 요구하죠.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주변과 단절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존중해야 할 어떤 이유도 주변에서 찾지 못한 결과입니다. 우린 아이들에게 자신을 존중하기 전에 친구들을 존중할 수 있는 마음을 먼저 세워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을 존중하게 될 수 있을 테니까요.


<괜찮니? 얘들아>는 웹툰입니다. 따뜻한 그림체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보듬고 존중해주는 이야기를 3가지 에피소드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 오나리가 자신과 오래 함께한 곰인형 오다롱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오나리와 오다롱은 악어 원장의 초대로 장난감들을 위한 무지개 센터를 찾습니다. 사람들에게 버림 받거나 잊힌 장난감들이 찾아오는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나리는 센터에서도 가장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진 인형들을 상담해달라는 악어 원장의 부탁을 받습니다. 나리와 다롱은 버려진 알러뷰 강아지, 샌드백 리리, 고양이 삼형제를 차례로 만납니다. 나리와 다롱은 많은 상처 탓에 주변을 닫아버린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합니다.


특별한 노력이라기보다는 말 걸어주고, 들어주고, 관심을 보여주는 방법입니다. 아이들 주변에 상처가 깊은 친구 외롭게 지내는 친구, 우울해하는 친구, 놀림받는 친구에게도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닙니다. 말 걸어주고, 들어주고, 관심을 보이는 게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들입니다. 나리와 다롱이 하는 일은 대단히 평범하지만 중요한 일입니다.


세 중증 환자들은 나리와 다롱의 관심 덕에 눈에 띄게 많이 밝아지고 좋아집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을 다시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다시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곧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알러뷰 강아지는 상처를 딛고 새로운 일을 배우고 샌드백 리리는 조그만 꽃밭을 가꾸며 생명을 일구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 삼형제는 상처로 접어두었던 음악을 다시 시작하죠.


나리는 센터에서의 상담활동을 마치고 인간 세계(?)로 돌아가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말을 겁니다. 무지개 센터에서 그랬던 것처럼, 괜찮냐고 말이죠. 이 웹툰은 따뜻한 그림체로 그려진 웹툰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상징들이 인형 세계 속에서 그려집니다. 학대, 왕따, 자해, 자살 ... 등등 어려운 이야기들이 인형 세계 속 상징들로 쉽게 풀립니다.


한 가지 더, 네이버 웹툰에 연재된 덕분에 사람들이 공유하는 본인들의 상처, 공감하는 말과 마음이 표현된 댓글들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해보는 환경도 추가로 조성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북금곰한테 양 따귀를 풀 스윙으로 맞아도 모자랄 것들. 뭐 그런 애들이 다 있다니 진짜? 뭐? 쓸모가 없으니까 맞아도 된다고?" (5화) 



자살을 예방하는 일이 특별한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서로서로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 환경이 학교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걸로 자살이라는 위험한 단어는 아이들의 옵션에서 없어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괜찮니? 얘들아>를 함께 읽고 서로가 가진 상처를 털어놓고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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