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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06. 2022

아무래도, 사랑

스물한 번째 책 <사랑이 훅>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고학년쯤 아이들이 크고 나면 아이들의 열애 소식이 들려옵니다. 풋풋하고 귀여운 연애 소식에 너털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괜히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건강하게 사귈 수 있을지 행여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지 말이죠. 아이들이 사랑에 서툰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성에 대한 사랑에 대해 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거나 이야기해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요.


어른이라는 우리들도 아이들에게 사랑과 연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기가 껄끄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책들을 살펴보아도 아이들의 사랑과 연애를 주된 이야기로 담아낸 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사랑을 떼어놓고 우리의 삶을 이야기할 수 없듯이 아이들에게도 사랑은 점점 아이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해나갈 감정이자 삶이라는 점입니다.


<사랑이 훅!>은 이러한 맥락에서 귀한 책입니다. 아이들의 연애를 소재로 하고 있는 책이니까요. 이야기는 두 커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첫 커플은 선정과 종수입니다. 선정은 100점을 밥 먹듯이 받는 학생이고 종수는 0점도 받아 본 학생입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둘의 연애 소식에 기겁을 합니다. 영 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뭔가에 홀린 듯이 선정은 종수와 사귀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커플은 담이와 호태입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담이는 "내가 미쳤냐, 그런 놈이랑 사귀게?"라고 말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원래 불현듯 훅! 떠오르는 것처럼 어느 순간 담이는 호태를 새롭게 보기 시작하고 그렇게 둘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1일'을 맞이합니다.


두 커플에게 찾아온 '사랑'은 당연히 '갈등'이 함께 합니다. 선정은 종수의 성적을 위해 단원 평가를 보는 모든 과목의 문제집을 만들어 선물합니다. 종수를 80점 이상으로 만드는 게 선정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종수는 선정의 바람을 따라주지 않습니다. 종수는 공부 말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이 많거든요. 선정은 그런 종수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종수에게 보내는 사랑을 거절하는 종수가 밉기도 합니다. 선정의 사랑 표현 방식은 종수의 성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었습니다. 종수 역시 선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선정은 자신에게 화만 냈습니다. 종수는 그저 선정을 좋아했을 뿐인데요.


"너 장난해? 너 50점 맞으라고 내가 밤새워서 문제집 만든 줄 알아? 80점 맞아도 될까 말까인데, 어떻게 50점 맞을 생각을 해? 진짜 너, 해도 해도 너무한다." (71쪽)

"이종수, 너는 왜 나를 위해 아무것도 안 해 줘?" 하고 큰 소리로 따져 묻고 싶었다. 그런데 이종수가 그동안 자기도 뭔가를 쭉 하고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난 그냥 널 좋아했어. 이종수가 농구공을 텅, 텅, 튕기며 멀어져 갔다. 엄선정은 영어 문제집을 손에 든 채 농구대 옆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111-112쪽)


담이와 호태도 마찬가지입니다. 담이는 호태와 모든 것이 '합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불편해합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좋아하는 음악도 다릅니다. 담이는 호태와 친구였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일들이 마음에 괜히 걸립니다. 호태의 마음도 담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호태에게 생일카드를 받고 담이는 살짝 실망하죠. 카드에는 '평생 너를 지켜 줄게.'라는 말이 적혀 있습니다. 담이는 왜 네가 나를 지키냐며 부루퉁하게 되묻죠. 그 카드는 호태가 이틀 밤낮으로 고민해서 쓴 카드였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호태를 좋아하는 담이의 단짝 친구 지은이와의 관계도 점점 불편해지죠. 담이는 평소처럼 지내던 호태와 '사귀자'는 말 한마디로 사귀었을 뿐인데 또 다른 단짝 친구인 지은이와 멀어지고 있습니다.


만약 수영을 같이 다니면 호태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수영하고 집에 오면서 같이 얘기를 할 수도 있고, 호태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사서 나눠 마실 수도 있다. 어차피 권투도 호태가 하자고 해서 별생각 없이 다녔을 뿐이다. 박담은 지금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난 그냥 권투 계속 배울래." 박담은 권투를 더 배우기로 했다. (129쪽)



선정과 종수는 결국 헤어지게 됩니다. 담이와 호태는 호태가 이사를 가게 되면서 거리가 좀 멀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잘 사귀고 있죠. 하지만 선정과 종수는 여전히 친구입니다. 종수가 불쑥 모르는 수학 문제를 알려 달라면서 선정의 앞에 나타났을 때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긴 했지만 말입니다. 담이와 호태는 서로의 영역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사랑을 이어 나갑니다. 종수는 피아노 치기에 위험한 권투는 그만두기로 하지만, 담이는 호태를 따라 권투를 그만두지는 않습니다. 아마, 사랑이 곧 합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일 겁니다.


건강하게 사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특히, 알려주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사랑이 훅!>은 고맙게도 그 이야기를 아이들의 진짜 연애 이야기로 잘 녹여 넌지시 말해주는 책입니다. 서로 다를 수 있는 사랑의 표현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선정과 종수를 통해서, 사랑은 합동이 아니라 서로의 모양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담이와 호태를 통해 보여줍니다. 또, 나아가서는 헤어짐,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의 갈등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이야깃거리들이 많죠.


진형민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린이들의 부탁으로 쓴 책이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에게도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 나는 사랑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앞으로 만날 모든 형태의 사랑을 힘껏 응원하겠습니다. (143쪽,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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