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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08. 2022

차라리 비밀을 들키고 싶다

스물두 번째 책 <들키고 싶은 비밀>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비밀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꼭 나만 품고 있는 비밀이 아니더라도, 몇몇만 알고 있는 그런 비밀도 좋습니다. 아마, 적어도 하나씩은 비밀을 품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비밀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볼까요? 어쩌면 사소하고 작았던 비밀이 꽁꽁 숨기는 동안 몸집이 불어버린 적은 없나요? 또, 감추어 놓은 비밀 때문에 마음에 가시가 박힌 듯이 불편한 마음을 가진 적은 없나요? 어쩌면, 그 비밀이 들통나는 손과 발이 떨리는 경험은 어떤가요? 아이들도 여러분도, 또 저 역시도 그런 적이 있었으리라 감히 넘겨짚어 봅니다. 오늘 소개할 <들키고 싶은 비밀>은 불편한 마음을 들게 하고 또, 자꾸만 몸집이 불어버리기만 하는 비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은결이와 한결이의 엄마는 얼마 전부터 할인마트 반찬 코너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자주 비우게 되었죠. 은결이와 은결이의 형, 한결이에게도 소홀해진 엄마입니다. 아빠는 치주염으로 은결이를 신경 쓸 겨를이 없고, 형 한결이는 귀찮게만 여깁니다. 은결이는 그런 마음을 채우기 위해 찬장에 놓인 낡은 엄마의 빨간색 지갑에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조금씩 모아 놓은 빳빳한 돈입니다. 은결이는 훔친 돈으로 친구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기도 하고 군것질도 합니다. 어쩌면, 마음에 생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은결이의 해소 방법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친구들에게 써도 마음 한 켠에 헛헛해진 마음은 도무지 채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오히려, 괜히 생긴 비밀을 엄마가 알게되면 어쩌나 노심초사하기만 하죠.


그 날도 은결이가 친구에게 미니카를 사기 위해 찬장에 놓인 지갑에 손을 댔습니다. 그런데 그만, 지갑 옆에 놓여 있던 크리스털 컵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쨍그랑 깨진 컵의 유리조각은 은결이 발뒤꿈치에 콕 박혀 버렸습니다. 그런데 은결이는 엄마에게 지갑에서 돈을 훔친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서 발뒤꿈치에 유리조각이 박힌 걸 비밀로 하기로 합니다. 따끔따끔 아프고 바늘이 콕콕 찌르는 듯한 코통에 걷기도 힘든데도 말입니다. 은결이의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가고, 발뒤꿈치는 점점 부어 오르기만 합니다. 조그맣던 비밀은 그렇게 더 따끔거리고, 더 커지는 중입니다.


며칠을 버티던 은결이 발은 퉁퉁 부어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엄마에게 발이 아프다고 털어 놓습니다. 하지만 은결이가 아픈 건, 발 뒤꿈치만이 아닐 겁니다. 마음을 콕콕 찌르는 비밀도 있으니까요. 은결이는 이젠 그냥 엄마에게 비밀을 들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도통 솔직하게 이야기할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몸집이 커진 비밀은 이제 은결이에겐 무섭고 두려운 것이 되었으니까요.


"엄마는 왜 컵이 하나 없는 걸 눈치채지 못할까. 왜 지갑 속을 살피지 않을까. 차라리 엄마가 다 알아버렸으면. 들켜 버렸으면." ( 69쪽)


은결이는 형의 태권도 대회가 끝난 후, 엄마와 함께 병원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은결이를 괴롭히던 발뒤꿈치에 박힌 유리조각은 핀셋으로 잡아야만 겨우 잡을 수 있을 만한 아주 작은 유리조각이었죠. 아직 걷기는 어렵습니다. 은결이는 엄마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옵니다. 은결이의 비밀도 발뒤꿈치에서 빼낸 유리조각처럼 들통나게 됩니다. 은결이가 미니카를 사주었던 친구의 엄마가 은결이가 돈을 함부로 쓰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엄마에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은결이는 찬장이 아닌 책상 위에 놓인 빨간 낡은 지갑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엄마의 눈치를 봅니다. 엄마는 은결이에게 회초리를 듭니다. 은결이는 엉덩이에 불이 난듯이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마음이 완전히 말끔해진 건 아닙니다. 은결이가 유리조각을 빼고도 아직은 걷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은결이는 처음에 조그만 비밀을 품었습니다. 그 비밀은 조금씩 커지고 불편해져 결국 은결이를 괴롭히죠. 그리고 그것은 발 뒤꿈치에 박힌 '유리조각'으로 시각화되어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은결이의 마음과 심리가 변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속에서 비밀의 시작과 중간, 끝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책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까지 연결됩니다. 결국 은결이가 속앓이를 하며 홀로 힘들었던 건, 서로에게 털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들키고 싶다'는 비밀이 생기게 된 건 결국, 가족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은 아니였을까요? 우리의 마음 속에도 불편하게 자리 잡고 있는 비밀들도 어쩌면, 털어놓을 타이밍을 놓치고 말아서 혹은 이야기 나눌 여유 자체가 없어서는 아니였을까요.


<들키고 싶은 이야기>에서 그려지는 사건의 시작점이 엄마가 마트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점에서 또, 아빠는 아이들 교육에서 멀찍이 떨어진 사람으로 그려진다는 점에서, 엄마에게 모든 사건의 원인이 있는 듯한 불편한 반감이 드는 책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혹은 품을 지도 모르는 비밀의 모양에 대해 생각해보고 비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기에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는 책입니다. 읽어보시고, 아이들과 함께 읽을 만한 책인지 먼저 들여다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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