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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Jan 11. 2022

모두, 자세히 보면 예쁘다

스물세 번째 책 <푸른 사자 와니니>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나태주


나태주의 <풀꽃>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었던 건 들판에서 이름 없이 자라고 있는 작고 아주 여린 풀꽃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에서 마치, 이름 없고 작고 또 여린 나 자신이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일에 어색합니다. 부끄럽기도 하고요. 또, 사회가 세운 기준에 자신을 맞추어 보고는 좌절하기도 합니다. <푸른 사자 와니니>의 주인공 와니니도 풀꽃입니다. 작고 여리죠. 그리고 '초원'이라는 사회의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사자입니다.


와니니는 마디바 무리에 속해 있습니다. 마디바는 초원에서 가장 용맹하기로 유명한 무리의 우두머리죠. 마디바가 무리를 이끄는 방식은 뚜렷합니다. 마디바 무리의 기준인 '약육강식'입니다. 와니니는 그런 마디바 무리의 기준에 어긋나는 사자입니다. 사냥에는 영 소질이 없습니다. 몸집은 작고 힘도 약하죠. 결국 와니니는 무리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혼자가 된 와니니는 수많은 역경을 맞이합니다. 사자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곤충을 노리는가 하면, 풀까지 닥치는 대로 먹기도 합니다. 홀로 살아가기에는 확실히 부족한 와니니입니다.


그런 와니니에게 친구 사자가 나타납니다. 수사자 아산테와 잠보입니다. 이 수사자들도 무리에서 쫓겨나 떠돌이 신세의 사자들입니다. 아산테는 절름발이 수사자이고 잠보는 아직 어린 소년 수사자이죠. 와니니는 이들과 함께 다니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시작합니다. 마디바가 세웠던 무리의 기준에는 어긋나는 일입니다. 마디바는 강한 사자들을 이끌었지만 와니니는 부족한 사자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마디바처럼 멋지게 사냥감을 낚아 채는 무리는 아니지만, 힘겹게 사냥을 하고 어렵게 삶을 헤쳐나갑니다. 그들은 그렇게 '와니니들'이 됩니다.


"지금 문득 떠오른 생각이에요. 수사자와 암사자는 서로를 필요로 하죠. 암사자는 사냥을 잘하고, 수사자는 싸움을 잘하고. 달리 말하자면, 암사자는 싸움을 잘 못하고 수사자는 사냥에 서툴고. 그렇죠?" (90쪽)


와니니는 초원을 새롭게 보기 시작합니다. 하이에나, 버팔로, 코끼리, 수사자 등등. 초원에 사는 동물들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이 있으며, 세상에 쓸모가 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더불어, 어딘가 부족한 자신도 아산테도 잠보도 쓸모 없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와니니는 그렇게 친구들과 함께 서로를 믿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초원에서 살아 남고 성장했습니다.


무투라는 수사자가 마디바의 영역을 노리고 있음을 알게 된 와니니는 위기에 처한 마디바 무리를 구하기 위해 마디바의 영역으로 들어가기로 합니다. 자신을 내쫓은 마디바지만, 함께 했던 가족을 떠올리며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마디바의 아이들이 아닌 와니니들이 마디바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와니니는 혼자 일을 감당하려 합니다. 하지만, 와니니들은 그런 와니니에게 초원에서 힘겹게 살아남으며 배운 것을 상기시켜 줍니다. 결국 우리는 함께이고 함께여서 우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나도 마디바가 무섭다. 하지만 말이다. 나한테 진짜 무서운 건 따로 있어. 우리가 뿔뿔이 흩어지는 거야. 더 이상 친구를 믿을 수 없게 되는 거야. 와니니야. 난 정말이지 와니니 무리를 잃고 싶지 않단다." (186쪽)


와니니는 아산테가 부러 포효하며 무투의 무리를 유인하는 동안 마디바 무리 깊숙이 들어갑니다. 결국 마디바 무리는 무투 무리의 기습을 알게 되고 위험한 상황을 모면합니다. 다시 만난 마디바에게서 와니니는 불편함을 느낍니다. 마디바가 세운 기준에 와니니는 이제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디바는 틀렸습니다. 세상에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두가 서로 돕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디바는 강해진 와니니에게 다시 마디바의 무리로 돌아오라는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와니니는 거절하죠. 강력한 무리에 들어가는 대신, 무투의 무리를 유인하느라 위험에 처한 절름발이 사자, 아산테를 구하기 위해 발길을 돌려 달려갑니다.


"그건 옳지 않은 말이었다. 어리석은 말이기도 했다. 마디바의 무리를 떠난 뒤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초원 어디에도 쓸모없는 것은 없었다. 하찮은 사냥감, 바닥을 드러낸 웅덩이, 썩은 나뭇등걸, 역겨운 풀, 다치고 지친 떠돌이 사자들... 마디바가 쓸모없다고 여길 그 모든 것들이 지금껏 와니니를 살려 주고 지켜 주고 길러 주었다.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와니니는 더 이상 마디바가 두렵지 않았다." (195쪽)



교실에도 마디바가 있는 반면, 와니니나 아산테, 잠보도 있습니다. 힘이 세서 목소리가 커서, 공부를 잘해서 반장이어서, 잘생기거나 예뻐서 다양한 이유로 몇몇 아이들은 교실에서 마디바가 됩니다. 그러나 한쪽에는 힘도 약하고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와니니들입니다. 초원에서 살아남기에 부족함이 많은 와니니들이 긴 시간 동안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에서 교실의 아이들이 누구도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을 우리가 모두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교실임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가 누가 뭐라 하더라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소중하게 마음에 품을 수 있는 아이들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푸른 사자 와니니>는 후속작도 출판되었습니다. <푸른 사자 와니니 2>에서는 이후의 마이샤까지 합류한 와니니 무리가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가 담겼습니다. 무리(공동체) 안에서의 갈등으로 무리가 해체되는 위기까지 벌어지죠. 공동체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갈등을 천천히 해소해가는 이야기까지 빼곡하게 담겨 있는 2편입니다. 이어서 읽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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