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흐 Oct 17. 2022

나와, 너와, 그리고 우리의 고민

을 하다 보면 싫지만 좋은 척, 멀리하고 싶지만 반가운 척을 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나 스스로를 감추고 타인의 시선에 맞춰 반응해야 하는 것을 당연히 여깁니다.

상사의 부조리에 멋지게 복수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부터 그렇지 못하는 현실의 자신을 대신해 위로받는 오늘입니다.


사람들 앞에 감정을 숨기는 게 성숙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화를 내어도, 불평을 해서도,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되는 게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이랍니다.

사건의 전말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어떻든 그저 자신을 꾹 억누르고 흘려보내야 합니다.


사회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게 무엇일까요. 나를 버리는 일입니다. 나에게 맞는 틀을 만드는 것 아니라 틀에 나를 맞추는 것입니다. 상사의 취향은 알아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책의 종류만 보아도 이해가 됩니다. 예전에는 열정, 성공, 끈기이었다면 요즘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포기하는 법", "참지 마세요" 등 자기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면 내성이 생기는 것처럼 책에도 마찬가지일까요. 어쩌면 이제는 "타인보다 나를 먼저 챙기세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없습니다", "나를 위해서 사세요" 등의 책 속 위로의 말들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만 그럴 수 있겠지만 처음에는 위로가 되었던 책 속의 말들이 이제는 이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수많은 조언과 따뜻한 위로를 받았고 실천하려 하지만 마음속의 망설임 하나에 다시금 옛날의 나로 돌아갑니다. 여전히 분개하는 마음과 미소 짓는 얼굴이 공존합니다.



저에게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물어보면 당연하게도 모른다라고 답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 또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이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는 소수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이니깐요. 하지만 그래도 이런 고민 속에서 위로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 속에 우리에게는 "서로"가 있습니다. 아플 때 그 아픔을 이해해주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주는 서로라는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내면의 문제여도 꼭 혼자 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가 되면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려 하면 당연히 힘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 살아가는 것을 세상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가는 것이죠. 문제 해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리고 굳이 명확한 해결책을 받지 않아도 그저 속마음을 털어놓기만 해도 우리의 마음은 위안을 받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의심이 타인의 공감과 수긍만으로도 해결될 때가 많습니다. 잠시 지쳐 멈추었을 때 시원한 그늘이 되어주고, 보다 옳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믿어주고, 어느 순간에도 내가 나 다울 수 있게 응원해주는 것이면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민의 나날들 속에서 관조의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든든한 버팀목으로 누군가의 옆을 채워주면 어떨까요.

작가의 이전글 마침표를 찍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