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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ooa Mar 24. 2020

#11 가로등 밑에서

맥주와 함께

 




 따스한 주황빛을 받으며 너도나도 길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신다. 유쾌한 웃음소리, 맥주잔이 부딪히는 소리, 음악대의 연주 소리. 화려하면서도 정신없는 소리들이 한데 어울려 귀속을 맴돈다.


 생전 처음 와보는 마을에서, 생전 처음 보는 타파스를 맛보며 축제를 공유하는 이 순간이 실감 나지 않는다. 흥겨워지는 분위기만큼 빨개져가는 얼굴이지만, 주황빛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한 잔, 두 잔 술술 넘어가는 부드러움 목넘김. 오늘의 노고는 한바탕 어우러지는 이 순간을 위한 것일거라.


 이어폰을 끼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음악처럼, 엉덩이를 붙이면 저절로 시작되는 축제 속에 머물러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해 이 씬이 넘어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언제, 어느 순간에 또 만끽할 수 있을지 모르니, 어쩌면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 느껴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두고두고 추억될 이 순간에, 이 분위기에 나는 빨개진 두 뺨을 숨겨주는 따스한 주황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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