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시나리오 쓰기 연습_초고)
<우는 나무> 시나리오
S#1 프롤로그 – 나무농장, 외부, 아침
화면 가득 한여름 파란 하늘이 나온다.
파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들.
서서히 화면이 땅을 비추고, 어린 나무가 가득한 나무농장 전경.
바람결 따라 살랑이는 나뭇잎.
새소리, 평화로운 풍경 사이로 벤자민 고무나무 일가가 심겨져 있는 장소 비추고.
싱그러운 햇살에 반짝이는 나무들.
떠오르는 타이틀.
우는 나무
Weeping Tree
S#2 책방, 내부, 오전
시끌벅적한 책방 개업식 날.
책방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화분들.
화분에 붙어있는 응원문구들.
“꿈을 이룬 당신, 멋져부러!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일동”
“책 팔아 먹고 사는 꿈, 언제나 응원해! -한국작가협회 충남지부”
“대박나세요. -비인피아노”
배달이 올 때마다 화분을 쪼란히 문앞에 세워두게하는 여자.
화분에 붙은 문구를 읽으며 흐뭇해한다.
그 사이로 사람들이 둘, 셋 들어오고, 사람들 손에도 크고 작은 화분이 들려있다.
여자는 사람들을 환대한다.
또 하나의 화분이 책방에 들어오고,
이번에는 키가 크고 나뭇잎이 울창한 벤자민 고무나무다.
“꽃길만 걸어라.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책방 포에버. -베프 정연이가”
여자는 나무와 문구를 보며 환하게 웃는다.
책방 문 앞에 화분들이 즐비하고,
유난히 눈에 띄는 벤자민 고무나무도 다른 나무들과 함께 자리를 잡는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화분들.
카메라는 나무의 시선으로 돌아오고, 사람들을 반갑게 맞는 여자를 비춘다.
책방은 사람들로 시끌시끌 북적북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S#3 책방, 외부-내부, 오전
책방에 출근한 여자.
출근하면서 문 앞의 화분들을 눈으로 훑는다.
앞치마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나온 여자.
책방 공간 안으로 화분들의 자리를 만들어 옮긴다.
제일 크고 무거운 벤자민 고무나무만 남긴 상태.
혼자 끙끙 화분을 옮기다가 실패한다.
여자가 무언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고,
앞 가게로 총총 뛰어가는 여자.
앞 가게로 들어간 여자는 덩치 큰 남자를 앞세우고 돌아온다.
남자 뚜벅뚜벅 걸어와 책방 문앞에 선다.
여자가 남자를 화분 앞으로 이끈다.
남자 화분을 본다.
카메라는 나무의 시선이다.
제 앞에 나란히 선 여자와 남자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관찰하는 나무의 시선.
남자 (흐뭇하게 나무를 보며) 멋지네요.
여자 (자부심 넘치며) 그렇죠?
남자가 화분을 번쩍 든다.
여자가 문을 열고,
문소리 딸랑!
남자를 먼저 들여보내고, 뒤따라 책방 안으로 들어온다.
여자는 책방의 창가, 가장 좋은 자리로 남자를 안내한다.
여자 여기가 좋겠어요.
남자는 거뜬히 화분을 옮긴다.
여자 감사합니다.
남자 (쑥스럽다는 듯이) 뭘요. 언제든 도움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남자는 말하고 부리나케 가게를 나선다.
문소리 딸랑!
남자의 뒷모습에 대고 여자가 말한다.
여자 좋은 하루 되세요.
남자가 가고, 여자는 물조리개에 물을 받아와 화분에 물을 준다.
물을 주고 여자는 나무를 한번 훑어주며 무언가 주문을 외우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문소리 딸랑!
손님 하나가 들어온다.
여자 어서 오세요.
여자는 물조리개를 들고 카운터로 돌아간다.
S#4 책방, 내부, 점심
문소리 딸랑!
점심을 먹고 카페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열심히 커피를 내리며 손님을 맞는 여자.
몇몇은 책을 구경한다.
손님 (손님이 많은 걸 훑어보며)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요.
여기 분위기 너무 좋네요.
여자 (흐뭇한 얼굴) 고맙습니다.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가운데, (계속 딸랑거리는 소리)
벤자민 고무나무도 꿋꿋하게 자리하고 있다.
점심 손님들이 빠지고 한가해진 카페.
여자는 자신의 책방을 한 바퀴 휘둘러보고 소설책 하나를 꺼내어 나무 옆에 와서 읽는다.
여자의 책 읽는 옆모습을 나무의 시선으로 담는다.
고요한 분위기.
다시 딸랑거리는 문. 새로 들어온 손님을 맞으러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자.
여자의 얼굴은 기쁨이 넘친다.
나무의 시선으로 자리를 잡은 책방, 카페의 모습을 담는다.
여자와 책이 있는 고즈넉한 풍경.
S#5 책방, 내부, 늦은 오후
카페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
여자는 다른 때와 달리 초조한 모습이다.
여자는 자꾸만 문 쪽을 쳐다본다.
여자는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가 자꾸만 하품을 하는 여자.
(졸음을 떨치기 위해) 여자는 책방을 한 바퀴 돌며 책을 정리한다.
여자는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한 잔 내려서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다.
여자의 조심스러운 한숨 소리. 여자는 자꾸만 시계를 본다.
다시 책을 읽는 여자.
바깥이 어두워진다. 저녁이다.
포기한 듯 일어나 가게를 정리하는 여자.
여자는 화분을 둘러보고, 물조리개에 물을 받아 물을 준다.
풀이 죽은 채로 화분 하나 하나에 물을 주던 여자.
벤자민 고무나무가 마지막 차례다.
여자 내일은 많이 올 거야. 그치?
여자는 화분에게 말하며 활짝 웃는다.
S#6 책방, 내외부, 밤
책방 문에 시낭송 모임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다.
‘가을 밤에 읊는 시 한 수’
‘비스야바 쉼보르스카 읽기’
‘시간 : 2025년 9월30일 밤8시’
문소리 딸랑!
문이 열리고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손님1 안녕하세요?
여자 어서 오세요.
손님2 안녕하세요?
여자 어서 와요.
.
.
여자까지 총 7명의 사람들,
그들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웅성웅성 이야기는 나누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재즈 음악에 묻혀있다.
나무의 시선으로 독서모임을 관찰한다.
여자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시를 낭송한다.
여자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더라?
꽃인가, 아님 돌인가?
야속한 시간, 무엇 때문에 너는 쓸데없는 두려움을 자아내는가?
너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여자의 낭랑한 목소리를 배경으로, 책방 바깥의 풍경을 담는다.
노란 불빛의 책방,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
덩달아 시낭송을 듣고 있는 벤자민 고무나무.
고즈넉한 밤.
하늘에 떠 있는 그믐달.
S#7 책방, 내부, 오후
두 명의 커플이 책을 읽고 있고, 세 사람의 카페 손님이 홀에 앉아 있다.
카운터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여자.
여자가 책장을 넘기는 소리.
나무가 이파리를 하나 떨군다.
여자가 또 한 번 책장을 넘기자 또 하나.
자연스럽게 오가는 손님들 배경으로 재즈가 흐르고,
나무는 자꾸만 이파리를 떨군다.
S#8 책방, 내부, 저녁
손님 안녕히 계세요.
여자 감사합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간다.
여자는 간판을 끄고, 출입문을 활짝 연다.
빗자루를 들고 나온 여자. 카페를 청소하기 시작한다.
나무 앞까지 온 여자, 밑에 떨어진 나뭇잎 십여 개를 쓸어 담는다.
나무를 천천히 쳐다보는 여자.
손을 뻗어 나뭇잎 하나를 잡자 힘없이 이파리가 떨어진다.
여자 (나무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너도 힘들구나?
여자가 나무에게 말한다.
나무는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나뭇잎 하나를 더 떨군다.
S#9 책방, 내외부, 점심
나뭇잎이 반 이상 떨어져 휑한 나무.
여자 손님 두 명이 들어온다.
책장을 살피던 손님들.
카페를 둘러보다가 나무를 본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손님) 그녀가 나뭇잎에 손을 데니 뚝 하고 이파리가 떨어진다.
손님 얘는 바깥바람 좀 쐬어줘야 할 텐데요.
실내에서 키우기 어려운 나무예요.
손님이 큰소리로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 그래요? 몰랐어요. (생각이 많아지는 표정)
손님이 책방에 있는 화분을 둘러본다.
시들시들한 화분들.
여자 얘들도 진짜 실내에서 고생이에요.
사장님, 화분까지 신경 쓸 시간은 없죠?
손님이 웃는다.
여자도 떨떠름하게 웃는다.
책도 커피도 안 마시고 나가는 두 손님.
여자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쉰다.
여자는 다시 화분 앞에 다가가 선다.
물끄러미 화분을 보는 여자.
여자는 다시 싱크대로 가서 물조리개에 물을 담는다.
S#10 책방, 외부, 한낮(가을)
책방에 가을이 찾아왔다.
바깥에서 책방을 들여다보는 시선.
사람들이 오가는 가게 풍경.
여전히 초라한 나무.
S#11 책방, 외부, 한낮(겨울)
책방에 겨울이 찾아왔다.
바깥에서 책방을 들여다보는 시선(10번 씬과 같은 원근감, 같은 각도의 시선).
여전히 초라한 나무.
나무 옆으로 화려하고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거린다.
S#11 책방, 외부-내부, 아침(봄)
새소리, 책방에 봄이 찾아왔다.
연한 초록이들이 보이는 바깥 풍경.
여전히 초라한 나무.
여자가 책방 오픈 준비를 한다.
바닥을 닦고 있는 여자.
나무가 있는 자리가 진득하다.
찐득한 바닥을 물걸레로 힘겹게 닦는 여자.
나무를 쳐다본다.
그나마 붙어있는 몇 안되는 나무의 이파리마다 점점이 검은 액체를 품고 있다.
여자가 이파리를 만지자 진득한 무언가가 만져진다.
여자가 혼잣말처럼 말한다.
여자 이 좋은 날에, 너는 왜 울고 있니?
여자는 깨끗한 물수건을 빨아와 이파리를 하나하나 닦아본다.
잘 닦이지 않는 액체.
문소리 딸랑!
손님이 한 명 들어오자 여자는 손님을 맞는다.
나무를 배경으로 손님이 오며가며 책방의 일과가 빨리감기로 돌아가고.
그 사이로 나뭇잎에서 액체 한 방울이 바닥에 똑 하고 떨어진다.
S#11 책방, 외부, 아침
화창한 봄날 아침, 햇빛이 찬란한 날.
책방 오픈 준비를 하며 벤자민 고무나무 밑을 걸레질하는 여자.
전날보다 더 지저분한 바닥을 발견하고, 빡빡 닦아보지만 검은 기름 때는 벚겨지질 않는다.
걸레를 던져두고 앞 가게로 달려가는 여자.
나무의 시선, 여자가 남자와 대화하는 장면.
뚜벅뚜벅 책방으로 걸어오는 덩치 큰 남자.
그 뒤를 총총 쫓아오는 여자.
문소리 딸랑!
남자는 화분을 번쩍들어 바깥으로 나온다.
남자를 졸졸 쫓는 여자.
문소리 딸랑!
여자는 책방 옆 화단을 가리킨다.
여자 (함박 웃으며) 여기가 좋겠어요.
남자는 화분을 내려놓는다.
자기 가게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남자.
여자는 화단 바닥의 풀과 돌들을 치우며 바닥을 고른다.
삽을 들고 나타난 남자.
여자가 골라놓은 땅바닥을 힘차게 판다.
금세 깊게 패인 화단.
두 사람은 함께 힘을 모아 화분을 옮겨 심는다.
나무가 심긴 땅 주변을 삽으로 다듬는 남자.
남자가 다듬은 자리를 꼭꼭 발로 밟는 여자.
물조리개에 물을 가득 받아오는 여자.
여자의 손에 들린 물조리개를 받아들고 물을 주는 남자.
일을 다 마치고, 남자가 말한다.
남자 어때요?
여자 딱 좋아요.
두 사람은 마주보고 활짝 웃는다.
S#12 에필로그 – 책방, 외부, 오전
화창한 여름날, 무성하게 이파리를 품은 벤자민 고무나무.
바람에 이파리들 살랑거리고.
햇빛에 무성한 이파리가 반짝인다.
나무 뒤로 책방 내부가 보이고.
여자와 앞가게 남자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