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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연속나비 Feb 06. 2017

예민

인도로 떠나기 직전, 두려움



쉬고싶다는 생각으로 방콕여행을 기다릴때도, 크리스마스 겸 서른살 생일을 한국에서 맞을 수 없다며 라오스로 떠날 때도 그랬었다.

여행이라는 타이틀 안에 일주일이 되지않을 시간을 설렘으로 채우는 일은 한달이고, 두달이고 오늘을 사는 이유가 되어주고는 했다.


문제는 그렇게 신나만 있다가 출국이 가까워오면 어느 순간 다가오는 두려움과 불안함.


이전에는 너무 바빠서 그런걸 느낄 여유도 없었지만 2016년 베트남과 방콕은 표를 취소하려 예매한 항공사 사이트를 몇번이고 들락날락 하였다.


라오스때는?

함께 여행하기로한 베트남에 거주중인 친구의 연락을 씹기까지한 무례함을 저지르기까지했다.


정말 중병 중의 중병이랄까.




한동안 참 많은 사건에 휘말렸지만

살아감이 아닌 살아있음에 집중하고싶은, 평온한 서른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다짐으로 꽤나 대담한 일들을 저질렀다.


매일 점심 압구정을 산책하며 얻었던 '음악업(콘텐츠 사업)에 종사하는 서비스 기획 및 운영자'라는 타이틀을 벗었으며 지긋지긋한 음악앱들에 대한 틀로 채워진 공간에서 뛰쳐나왔다.

(표현이 장황했지만 결론은 퇴사했다 팩트)


그러고 내가 가장 먼저한 선택은 인도로 가는 티켓 예매.


100% 무용지물이 될 여행 계획을 짜는일은 참 재밌다.

발생한 연차를 모두 사용하는 2주동안 계획에 들떠 매일이 바쁘고 기뻐서 감사함이 입에서 흐른 시간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찾아온 불안함과 두려움.



이틀전부터 난 주체할 수 없을만큼 꽤나 예민해졌고 출국을 몇시간 앞둔 지금 근육통으로 아파서 잠을 이룰 수 없을만큼 떨고 있다.


이건 필히 인도여행이 걱정돼서가 아니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지만) 회사를 그만둔 일과 함께 인도로 떠난다 말을 건냈을 때 엄청나게 화가나실 친오빠의 반응이 무서워서다.


(라오스에서 스쿠터를 타다 사고가 난터라 깁스한 다리로 절뚝이며 바보처럼 걷는 모습을 보여준지 이제 한달이 되었다는 큰 리스크가 있기에..)



실제로 가장 좋은 방법을 모색하다가 오빠를 운전대에서 머물게한 뒤 창 밖에서 내 계획을 던져버렸아. 역시나 어렸을 적부터 치를 떨게한 낮고 명료한 한마디 한마디들과 공포의 전화벨소리들은 몇시간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드는건 물론이었다.


'아주 새벽마다 기도하게 만드는구나 동생아' 라는 말에 또다시 티켓 예매 취소를 고민했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무엇이든 어느 때건 가능한일 투성이었거늘,


여러가지 사건 사고들로 내 인생의 가장 바닥이라 생각하는 이 때를 시작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지도는 완성하지 못하고 여기서 끝



그러니까 오빠 미안해.

7살차이 철부지 여동생은 좀 더 사고치고 걱정시키며 살게.

사랑해(데헷)




얏호! 나 인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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