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만함
딸랏롯빠이를 둘러본 후,
LP 판을 기념으로 사갈래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태국' 여행인데 전혀 가늠할 수 없는 누군가가 아닌 다수가 참여된 JAZZ 앨범이라니!
심지어 어떤 음악인 지도 모르고, 턴테이블조차 없다고 한다. 그저 벽에 걸어놓기 위함이라고 한다.
아무리 외국이고 혼성 도미토리 8베드라지만 혼자 여자이고, 말 끝마다 FU**으로 끝나는 외국 친구들 때문에 급하게 옮긴 호스텔 로비에서 나오던 Creed의 with arms wide open에 가슴이 철렁하여 "I Love it!"을 외쳐버렸다. 직원들은 쾌활히 웃으며 안경을 쓴 남자 직원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선곡했다."라며 한국말로 똑똑히 '아저씨'라고 놀리더라. 절대 인정할 수 없는 나는 애교 듬뿍 담아 'nono, he is 오빠!'라고 반발했다. 크리드를 듣는다고 아재가 되어버리는 건 너무 슬프니까.
그리고 지금 LP 판을 기념품으로 집어 든 친구의 선택이 너무나 훌륭했음을 느꼈다.(지금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던 오만했던 내 행동에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을 뿐이다.)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통계를 들여다보고 있던 중 흐르는 크리드의 음악에 멜로디, 사운드 따위 뻔한 것들이 아닌 오빠라는 단어에 빵 터져서 웃던 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올랐으니까.
음악은 듣는 것뿐이 아닌, 볼 수 있는 훌륭한 매개체임을 또 한 번 경험을 통해 배웠다.
네가 옳았다.
Thanks @
괜히, 뜨문뜨문. 찍은 사진들이 내가 선택한 기념품이구나 싶어 다시 보게 된다.
벌써 다음 여행지를 티켓팅해놓은 건 아마도 정말 잘한 일.
잊고 싶지 않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 그리고 인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