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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연속나비 Nov 08. 2018

소중함을 잃진 않았지만,

소홀함을 얻었음을



지난번 밤샘 작업 이후로 영진이는 온몸에 두드러기 같은 반점이 피어올랐다. 진물에 딱지가 올라와도 가려움증을 이길 수가 없어 긁어대는 모습을 봐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도 속상하다. 몇 번이나 병원을 권했지만 일이 많아서, 퇴근 후에는 병원이 문을 닫아서 라는 이유로 버티고 있다.

몸이 이렇게 되는데 돈 버는 게 그리고 좋냐며, 한 두 달 쉴 겸 인도 여행이나 다녀와서 다시 시작하자고 계속해서 조르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그는 말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보상 받는게 좋아.


그는 편히 쉴 수 있는 집과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밥, 포근한 향이 나는 빨래 등 이러한 안정이 돈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완전하게 부정할 수는 없다. 집세며, 식재료비며, 생필품 또한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어야 시도가 가능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는 모른다.

많은 돈이 아니어도 다른 방법으로 지금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은 공간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음으로써 또 다른 세상을 배우고 감정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 지혜를 몰랐던 나의 이십 대 때의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그가 겪어야 하는 일인 걸까?

나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한 사람이 너무나도 닮은 길을 걸을 때,

아직 나라는 존재가 불안한데, 후에 따라오는 그를 바라봐야 한다는 건 조금은 버겁다.

서로를 바라보는 작은 시선 안의 공간에서 행복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교만인 걸까.

비 오는 가을, 홀로 있으니 많은 생각이 뒤흔든다.





그래도 아버님께서 보내주신 사진을 바라보니 뜨거운 해를 피해 큰 나무 밑에서 웃을 수 있는 우리가 너무 예쁘다. 아마 난 매일을 이런 모습으로 살고 싶은 욕심뿐인가 보다.









항상 머물던 시선의 색이 달라졌다는 것.

오전 발레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

새로운 맞춤 레오타드의 색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것.




내가 너를 언제나 사랑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만의 행복의 色인 것을 인정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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