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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연속나비 Sep 17. 2016

Haena

나를 말하자면

작가가 되고 나서 어떤 글을 연재하면 좋을까, 어떻게 정리해야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내 기억의 서랍장이 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하지만 한 가지 만을 얘기하기엔 너무 많은 페르소나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는 사람은 무엇이든 담고 남기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럼 그 많은걸 말하려는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루를 걷고, 이틀을 걸어도 정리가 되지 않아 그동안 나를 기억해내기 위해 사진을 찾아보고, 글들을 찾아보았다.





난 예쁘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았다.

혹은 평범에 다가가기엔 부족한 모습에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는 매일이 버겁기도 하다.


nirvana에 감동하며 클래식을 연주하거나 고전주의와 낭만주의를 정리하며 creed를 듣고 damien rice를 사랑한다 말한다.

오피스룩에 하이힐을 즐겨신으며, 출근 시 퇴근 후를 생각하여 운동을 가기 위해 배드민턴 가방을 지고 지하철을 타는 일쯤이야 아무렇지 않다.

카메라로 인물사진은 속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풍경만 찍으면서 휴대폰 셀피로 기억을 남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피아노를 치며 나의 노래를 만들어왔으며, 음악을 배제한 나라는 존재가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많은 것들이 형성되지 않아 낯설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즐기며, 혼자 낯선 곳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보고 느꼈을 때 내가 완성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얌전히 산다는 것 자체가 수용되지 않는 인생 인터라, 책상 위 패드 아래 비행기 티켓을 끊어 놓고 때만을 기다린다. 그래야만, 그렇게 살아야만 하루하루가 진취적일 것만 같다는 말도 안 되는 '열정'을 빙자한 자유함에 취해 삶의 대한 무책임함을 합리화시키기까지도 한다.

인연이 다가옴에 있어 이 사람이 진심인지, 목적이 있어서 그런지. 흔히 말해서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안다.

'그랬구나.'라고 정의를 내리기까지 상황 파악이 참 많이 느리다.

너무 쉽게 사람을 받아들이면서도 그어진 선에 있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온전히 열린 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떠나간 인연에 있어 몇 날 며칠을 앓고 앓기를 반복한다.



고흐가 좋다. 밀레가 좋다. 알퐁스 뮈샤가 좋고, 알랭 드 보통이 좋다. 츠지 히토나리의 섬세함이 좋지만, 아멜리 노통브의 가시 돋친 적나라함이 좋다. 플라톤이 좋으며 초콜릿이, 마카롱이, 달콤한 그 무언가 들이 좋다. 벨치즈가 좋고 사색이며 몽상이며 정말 좋다. 소통이 간절하며 꽃에 환장한다. 사람을 사랑한다.



나는 소녀처럼 하룻밤 기억을 꿈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하룻밤 추억을 해프닝이라 웃을 수도 있는 선에 아슬아슬하게 서있음을 인정한다. 분명 사회 적응에 있어서 부족하고, 작은 일을 크게 느끼고 쉽게 울어버릴 정도로 약한 사람이지만 더욱 많이 배우고 알고 지식뿐만이 아닌 지혜가 넘쳐흐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사에 솔직한, 소신에 있어 더욱 강직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세월이라는 시간 속에 늙어가고 싶다.

그리고 그 기록들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 싶다. 그게 바로 내가 글을 쓰기로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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