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의연하게 받아 (누군가에게) 드리기
오늘은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다.
어제 만난 그녀와는 친구라 말하기 부족한 관계의 시작점에 서있었지만, 예상에도 없는 긴 시간을 배분하게 되었고 꽤나 깊은 얘기를 가벼운 서른의 수다로 웃으며 얘기할 수 있었다. 그녀는 또한 새침한 듯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해나 너는 너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해.'라는 말이 쏟아진 여름,
제일 원망스러웠던 건 '그건 어떻게 실행하는 건데요'라는 질문을 내뱉을 수 없는 참 많이 나약해져 있는 내 정신상태였다.
좀 더 이기적이면 될까, 마음가짐을 얘기하는 걸까, 혹은 현실적인 행동이 필요한 걸까.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어?"
"1년 하고 몇 개월 더 지난 것 같아요"
"누군가 만날 때 됐네"
"네, 좋은 사람 만나고 싶어요"
"근데 그거 알아? 결국 너랑 똑같은 사람 만난다?!"
장난 혹은 조롱이 빗대어진 한마디 었고 평소 같았으면 뭐 저런 게 다 있어. 라며 뾰로통하여진 기분을 숨길 수 없어 입술을 삐죽이겠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순간 스쳐 지나간 참 안 맞는다. 참 다르다. 정말 인연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주었던 몇몇의 누군가들이 떠올랐고 감사하게도 그 사람들과 똑같은(같은 성향의)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니! 그 또한 얼마나 기대되는 일인가.
연인이 아니어도 좋다. 초혼 평균 나이는 높아져가고 이혼율은 증가하며 싱글라이프가 매 포털사이트 1면에 야기되는 이때. 혼자여도 괜찮을 이유는 많아져가고 타당해져 가는 황금시대에 살고 있는 거다.
다짐하고 준비했던 여행기록보다 먼저 써 내려간 이 생각은 한층 더 자란 오늘의 나이기에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 감사하는 방법, 나의 내면이 건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이 가을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 귀한 시간이구나. 나와 같은 고민 속에 나와 같은 생각과 현실을 살아가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그래서 좀 더 가볍게, 가볍게 내일을 또 만들기로 다짐한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