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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코 Barroco Jun 23. 2018

J. S. Bach의 올바른 한글 표기와 발음

바하? 바흐? 어느 쪽이 과연 맞는 것인가?  

다른 작곡가들을 살피기 전에 먼저 바로크 3인방을 파헤쳐보자는 의도 하에

이 메거진 바로 앞의 글인 비발디에 이어 오늘은 Bach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께서는 Bach라는 단어를 어떻게 발음하고 계실까.

독일어를 잘 모르고 영어에만 일가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분명 '바크'나 '바취'라고 할 것이고,

독일어를 좀 아시는 분들이라면 배운 대로 발음 규칙에 따라 정확한 발음을 만들어내실 줄 믿는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다만 last name 뿐만이 아니라 full name을 가지고 풀어나가려고 한다.


J. S. Bach의 full name은 Johann Sebastian Bach로 Johann이 first name,

Sebastian이 middle name, 그리고 Bach가 last name 혹은 family name이다.

각 항목별로 나누어서 설명할 것이니 잘 따라와 주시기 바란다.


1. Johann

세례 요한, 혹은 사도 요한에서 파생되어 나온 이름으로 바흐 가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였던 first name이다. (거의 80 퍼센트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용한 이름) 그리하여 Sebastian Bach 같은 경우에도 주저 없이 이 이름을 first name으로 선택되지 않았나 짐작된다.   


그럼 발음을 살펴보자. 상황에 따라 주구 난방(?)으로 변하는 영어와 달리 독일어는 정형화된 발음 규칙이 있는데 알파벳 j 같은 경우는 영어의 y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쉽게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영어에서는 존(John)으로 축약되는 이 이름은 쓰인 그대로 요한이라고 읽으면 된다.


2. Sebastian

독일어에서 알파벳 s는 z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바스티안이나 세바스챤이 아닌 제바스티안으로 표기하거나 불러야 원어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유명한 크리스토프 볼프 교수님의 바흐 전기문의 번역본이 한국에서는 요한 세바스챤이라고 나와 많은 바흐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하였다. 아니 영어식으로 할 거면 아예 존 세바스챤이라고 하던가, 독어 반 영어 반 완전 이것도 저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이름을 가지게 된 건, 세례일에 대부로 참여했던 제바스티안 니겔에게서 이름을 따 왔기 때문이다. 참고로 Bach 가문에서 요한 제바스티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딱 두 사람이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은 대 Bach의 손자로서 1748년 생으로 저명한 화가였다.  


3. Bach

마지막으로 베일에 싸인 '그것'이 등장하였다. 비 에이 씨 에이취!

사실 옛날에 이 글을 티스토리에 쓴 적이 있긴 한데(지금은 삭제되어 남아있지 않음) 바하라는 단어가 흐 표기를 못하는 일본어의 한계상 어쩔 수 없이 채택한 제3의 외국어라고 했는데 조금 전 나무위키를 확인해 보니 백 퍼센트 그렇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왜 그런지는 아래에 잠깐 가져와본다.

그러나 과거에는 'ch' 앞에 'a'가 오는 경우엔 'ch' 뒤에까지 해당 모음을 적용한 '하'로 썼으며, 같은 원리로 'o'가  오는 경우엔 '호', 'u'가 오는 경우엔 '후'로 좀 더 세분했었다고. 그래서 'Bach'는 '바하', 'Huch'는 '후후'로 썼다. 그러다가 [x]를 '흐'로 통일하면서 '바흐', '후흐'로 표기하게 되었다.

아마 과거의 이러한 관습(?) 때문에 일본으로 건너가서 밧하(バッハ)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자세히 뜯어보면 그냥 바하가 아니라 바에 받침이 들어가 있다.


그럼 [x]를 '흐'로 통일하면서 만들어진 바흐는 어떠한 원리일까? 사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 제 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었는데 분명 모음 a, o, u 뒤에 오는 ch는 '흐'로 발음하고 나머지는 '히'로 한다고 배웠었다.


그리하여 J. S. Bach의 정확한 한글 표기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되시겠다.

https://youtu.be/abBbG39BNeE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잘못된 발음이나 표기를 지적하려고 함은 아니다. 바흐라 하든 바하라 하든 이 사람이 음악사에서 어떠한 업적을 남겼으며 우리에게 어떠한 음악적인 유산을 물려주었는지가 더, 아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누군가 설령 바하 인벤션이네~! 이렇게 말한다고 한들 무턱대고 지적질만 할 게 아니라 속으로는 (잘못된 발음으로) 조금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렇게 바흐를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에 또 한 사람 있구나라는 감사한 마음이 제일 먼저 들 거 같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가 나온 만큼 뭔가 정형화된 표기가 음악교재들 사이에서 먼저 대두되어야 한다는 것 또한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앞서 언급한 크리스토프 볼프의 《Johann Sebastian Bach - The Learned Musician》도 그렇고, 한국에서 교재로 많이 쓰고 있는 그라우트 음악사는 혹시나 해서 확인해봤는데 다행히 괜찮고.  



ps: N블로그, 브런치 둘 다 맞춤법 검사에서 바하를 바흐로 고칠 걸 제안하고 있어서 안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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