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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코 Barroco Feb 24. 2019

마지막 칸타타, 음악 추리 소설의 끝판왕

수학을 품은 음악이라는 예술이 그렇게 고급지게 보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나는 동생과는 달리 추리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클래식 음악이,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바로크 음악이나 음악가에 얽힌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제아무리 이해가 잘 안 되어도 끝까지 읽고 만다. 필립 들레리스의 처녀작 <마지막 칸타타>가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바흐가 음악에 수학적인 상징성을 불어넣었다는 건 <평균율>을 비롯한 다른 작품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비록 소설 속에서 테마를 해독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음악과 수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차후에 다른 책 리뷰를 통해서 밝힐 기회가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학창 시절 예체능계에서 영어 수학 성적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수학으로 말할 거 같으면 다른 문과 학생들이 나에게 친히 찾아와 묻곤 했을 정도였고 수학 선생님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나를 무척 좋아해 주셨다. 


작년 연말부터는 college algebra를 듣는 중인데 배워서 남 주랴라는 말이 있듯이 일단은 수학적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으니 나 자신이 다른 어느 것을 하든지 간에 좀 더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거 같다. 비록 배운 건 많이 까먹어가는 시점이지만 기초만은 튼실해서 다행이지 싶다. 


사실 주위를 둘러봐도 자랑은 아니지만 수학을 잘하는 음악인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수학의 '수'자만 이야기를 꺼내도 몸서리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들의 모습들을 보면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알고 나면 정말 재미있는 게 수학인데, 기초만 제대로 다져도 풀 수 있는 문제는 무궁무진한데 등의 생각. 


문득 이 책을 만드신 저자 분과 밤샘 토론을 하고 싶은 얼토당토않은 마음이 생겨났다. 사실 테마 주제를 푸는 과정도 그렇지만 한 장면에서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인 관광객이라고 명시한 부분이 있는데 한국이 그렇게 주목을 받지도 못했던 90년대에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되셨는지도 묻고 싶다. 


아무튼 현대 우리들의 이야기 사이사이로 바흐를 비롯한 과거의 음악가들의 은밀한 사건을 담은 이야기들이 삽입되어 있어 소설 전개 자체만 놓고 봐도 정말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공통 문모는 바로 죽음인데 오죽하면 <다 빈치 코드>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문학들이 다 그렇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 결말을 보고 현실과 연관 짓고 충격받지 마시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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