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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코 Barroco
May 10. 2019
익숙함이 가져다주는 편안함
개인적으로 금관악기와 타악기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탁월한 외국어 학습법 중 하나로 꼽히는 게 바로 '노출'이라고들 한다. 멀리 생각할 필요 없이 영어만 하더라도 거의 하루 종일 팟캐스트, 미드, 라디오 등등을 매일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듣는 습관을 들여놓으면 듣기 실력이 향상되는 건 물론이고 자연스레 영어스러운 사고방식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법칙은 음악도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무슨 장르의 음악을 자주 듣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지식 또한 어느 정도의 선이 존재한다.
필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클래식에 입문하여 학창 시절 까지만 하더라도 바로크 음악을 위시한 클래식밖에 몰랐다. 그러던 중 입시가 끝나고 대학생이 되면서 경배와 찬양이라는 분야도 알게 되어 성가대와 병행하여 찬양팀 사역도 하였었다. 그러면서 주옥같은 워십송이나 CCM도 함께 접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나의 넘버원 플레이리스트는 단연 경배와 찬양 분야의 새 역사를 쓴 싱어송라이터 돈 모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이 분의 라이브 영상이라면 지금까지 안 챙겨본 게 없을 정도인데 이 중 가장 돋보이는 세션 조합은 바로 키보드: 톰 브룩스, 플룻&색소폰: 휴스토 알마리오, 베이스 기타: 아브라함 라보리엘, 그리고 일랙기타: 폴 잭슨 주니어가 되시겠다. 이 중 알마리오 님께서 연주하시는 플룻 연주가 고음이라 그런지 단연 돋보였는데 덕분에 나는 플룻이라는 악기에 대해 실질적으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게다가 대학 시절에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플룻 전공이어서 한 번씩 연습실에서 짧은 강의(?) 같은 것도 들을 수 있었기에 트리오를 연주할 때 나는 이 친구를 전적으로 믿고 신뢰하여 부탁하였고 연주 후에도 참신했다는 등 나름 좋은 반응을 받았었다.
하지만 반면에 내가 제일 취약했던 악기는 바로 브라스라고 통용되는 금관악기와 팀파니, 마림바를 위시한 타악기였다. 사실 지방 국립대 한계상 모든 전공에 학생들이 골고루 배치된 것도 아니었고 설령 전공하는 선후배나 동기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리는 내 성격상 그들과 허심 탄해 하게 어울러 놀 수 있는 여건이 되질 않았다. 그러하다 보니 4학년 1학기 과제곡에서 현악 4중주와 금관 5중주 도 가지 옵션 중에서 나는 단연 전자를 선택했다. 금관악기는 접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찬양팀에서 세컨드 건반을 맡는 경우에도 대부분 스트링을 도맡곤 하였었다. (사실 브라스 파트는 고겅적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분이 계셨음)
게다가 악기를 제대로 접할 수 없는 내가 그나마 스트링이나 목관 악기 등을 알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학창 시절부터 바로크 음악을 위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바로크 음악에서 금관악기라 해봤자 트럼본과 튜바는 빠지고 트럼펫만 사용된 게 보편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후에 비로크 음악 transcribe 할 때에도 이 두 악기는 아예 애초부터 배제시켜 버렸다. 트럼펫도 사실 나에게는 어려운 악기인데 몇 년 전부터 전공하시는 분을 알게 되어 그나마 친해져 가는 중이다.
아무튼 그래서 졸업 후에 편곡할 기회를 얻었을 때에도 금관악기와 타악기 편곡은 못 한다고 애초부터 못을 박고 해왔던 게 벌써 십여 년이 흘렀다. 사실 아무리 지방이라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 못했던 학교 시스템이 뭔가 문제라고 생각한 나는 나 나름대로 독학으로 공부할 수 있는 온라인 강좌를 발견하여 일주일째 듣고 있다. 아직은 작곡의 기초 단계를 하고 있어서 사실 오케스트레이션은 차후에 들을 건데 매 챕터가 끝날 때마다 내주는 음악 감상 과제를 통하여 대학시절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음악들을 악보와 함께 접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취약했던 부분들도 점점 눈에 들어오고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이대로 반주자에서만 그칠 건지 아니면 출판사로부터 혹은 어느 단체로부터 편곡이나 song write 의뢰가 들어올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 기회를 잘 잡은 만큼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에서 덧칠해나간다고 생각하고 겸손하게 그리고 부지런히 배워나가야겠다. 좋은 점은 강의 자체는 그다지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익힌다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작곡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조차도 사실 한국에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지식을 습득하는 것 자체도 나에게는 굉장히 많은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아무쪼록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하여 내면의 칼을 잘 갈아두어 실전에 잘 사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