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활동을 함에 있어서 소위 '마당발'이라는 게 필요하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음악을 더 이상 공부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 썼었다.
사실 이 당시와 지금 상황은 조금 다르다. 이때만 해도 정말로 음악 활동이나 공부에 있어서 회의적이었고 대학 시절의 나와 다른 음악인들의 경우를 비추어 볼 때 다른 거 할 줄 모르는 바보니까 어쩔 수 없이 음악 한다 약간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정식 학교는 아니지만 온라인 학교를 통하여 음악을 다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로 말미암아 음악을 감상하거나 바라보는 자세도 이전보다 훨씬 더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유튜브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상을 이것저것 보다가 이전에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때도 나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 1악장을 보고 있었는데 옆에서 이걸 지켜보시던 아버지께서 "너도 저런 사람들이랑 같이 활동하면 좋을 텐데."라고 하셨다. 그 말씀에 딱히 특별한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께서는 아무 음악 단체에 involve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기만 한 내가 안타까워서 그러셨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사실 지방 국립대에서 나름 실력파로 통했던 내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까지 교회 반주를 제외하고 아무런 음악 단체에 소속되어있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작곡이라는 전공 특성상 어딘가에 내 곡을 의뢰하지 않는 이상 특별히 활동할 만한 곳이 없다. 옛날에 모 출판사에서 편곡은 잠깐 해보았고 2011년에 유튜브를 시작하면서도 바로크 스타일로 편곡을 여태까지 계속해오고 있지만 내 편곡 작품을 연주해줄 사람은 극소수였다. 게다가 현대음악 자체를 증오하다 보니 조성 음악에만 의존하게 되는 나를 바라본다.
둘째, 어중간한 연주 기량도 한몫을 한다. 피아노를 연주할 수는 있지만 중급 수준일 뿐이고 노래도 부를 수 있지만 이 역시 아마추어에서는 벗어났지만 프로라고 부르기에도 애매모호한 위치에 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바로크 음악 분야에서 연주자로 활동하려면 하프시코드나 포지티브 오르간 연주 밖에는 없는데 통주저음 반주법 자체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게 아니다 보니 숫자 저음 파트보만 봐도 멘붕이 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앙상블에서의 하프시코드 연주자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정말 중요한 말이 될 수 있겠다. 그건 바로 내 내성적인 성격상 내가 먼저 남들에게 다가가고 어필하는 거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단체들이 몇 군데 있어서 옛날에 contact를 시도했지만 한 두 번에 그치고 말았다. 뭐랄까 그냥 사람들과 알아간다는 거 자체가 싫어서였던 거 같다. 대학시절에도 사실 작곡 전공자로서 여러 사람들을 수소문 하 연주자들을 구하고 챙겨주는 게 결코 쉽지가 않았는데 이것이 나를 결정적으로 같은 전공으로 대학 편입이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걸 가로막았던 거 같다.
이런 여러 가지 여건들 속에서도 친한 지인 분께서 무슨 부탁을 하시면 나는 스스럼없이 듣고 해 드리는 타입이다. 선천적으로 착한(?) 심성은 가지고 있어서 매몰차게 NO~라고 하는 스타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때는 music librarian, 우리말로 치자면 음악 사서에도 관심이 있어서 그쪽 분야도 알아보았는데 이미 이걸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가 돼버려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온라인을 통하여 다시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는 과정인지라 내 삶에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찾아올지는 나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상황 속이다. 다만 한 번씩 나에게 들어오는 제안들을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해드려서 나중에 설령 더 큰 기회가 나에게 찾아와도 담대한 믿음 가지고 헤쳐나갔음 하는 바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