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전문 연주자로서 마주하게 되는 무대는
짜릿함과 쾌감보다는 사실 두려움의 대상이다.
'안 되는 부분을 죽어라고 연습했는데 또 실수하게
되면 어쩌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아차리면 어떡하지.' 등의 걱정과 염려.
사실 누구에게나 두려움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잘 극복하고
스스로를 통제하느냐가 성숙된
연주자의 유무를 가르는 거 같다.
잠시 지난 세월들을 돌아보았다.
스스로 만족하는 실기 시험을 본 때도 있었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성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연주도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에 이르러서는
전 세계인(?)이 다 본다는 부담감에 여기에 따르는
긴장감과 스트레스는 학생 때의 두 세 배 수준인 거 같다.
여기에 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결론은 하나였다. 힘을 빼고 릴랙스 하라는 거.
애초부터 완벽을 목표로 잡고 하게 되면 그건
결국 90 퍼센트 이상 실패하게 되어 있다.
잡생각 같은 건 다 내려놓고 무대 자체를
즐기면 결과는 분명 좋게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은 쉽지 부정적인 감정을
단번에 떨쳐낸다는 건 힘든 거 같다.
사실 나에게는 완벽주의적인 기질이 있다.
꼭 음악뿐만이 아니라 무언가를 정해진 패턴대로
시작했으면 끝까지 그걸 유지해나가야지 중간에
차질이 생겨 방법이 변경된다는 건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끝까지 고집만을 씌우다 결국에는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가족과 주변인들을 참 힘들게 했다고.
그래서 어느 날부터 모든 걸 포기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니 세상이 한결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에서 한 공연 영상을 몇 달 전 보았다.
중간에 조금 이상한(?) 부분이 나오긴 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나름 괜찮은 반응을 받고 있다.
나 역시도 실수한 부분들이 종종 있었지만
전체적인 음악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조건 내에서 저지른 실수는 대부분
용납되고 눈감아 주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틀리라는 소린 아니다.
연습에 매진하되 나머지는 분위기와
운과 적절한 긴장감에 맡기게 되면,
반드시 좋은 결과로써 승복하게 될 것이다!
모자라고 부족하면 어때.
그분꼐서는 약한 자를 들어 사용하시니까.
약할 때 강함 되시네~라는 찬양도 있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