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로코 Barroco Sep 28. 2019

오래전부터 열광해 오던 다크 모드

요즘 다크 모드가 대세인 거 같다. 갤럭시나 아이폰 할 것 없이 스마트폰 OS와 몇몇 앱들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건 물론이고 PC 웹페이지에서도 일부 사이트들에 한해서는 다크 모드로 설정할 수 있다. 이걸 실행하면 눈에 안 좋은 블루 라이트도 차단되고 배터리 소모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흰 바탕에 검은 글씨보다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가 텍스트를 인식하고 읽는 데 있어서 훨씬 수월하고 포커싱이 잘 되는 거 같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 있어서 다크 모드란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해 왔다. 때는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컴퓨터를 잘 모르던 중고등학교 시절, 당시 음악도를 지망하였기에 쉬는 시간이나 중식, 석식 시간만 되면 나는 컴퓨터실로 달려가 헤드셋을 끼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미친 듯이 찾아 듣곤 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애용했던 사이트는 지금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정세훈의 Classic Park'라는 사이트였는데 영화 <파리넬리>를 비롯하여 카스트라토, 카운터테너, 그리고 이들의 음악에 관한 소개가 사이트의 주를 이루었다. 


<파리넬리>도 그렇고 메인 페이지에서 사용된 <아마데우스> 포스터도 그랬고 이 둘의 공통점은 검은 바탕에 나름 고급진 흰색 폰트를 사용했다는 것인데 이 사이트에서는 그걸 기반으로 하며 맞춤(?) 디자인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날락거리며 글을 읽고 음악을 감상해나가는 와중에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크 모드에 매료되고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다른 또 좋은 음악 사이트들이 생겨나면서 그 사이트의 존재감은 잊혀만 갔고 결국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마이스페이스와 유튜브를 하면서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프로필 화면을 꾸밀 수 있었는데 이 때도 나는 다크 모드를 활용하곤 하였다. 불행하게도 캡처된 증거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내 기억에 아마도 갈색 바탕에 금색으로 새겨진 바흐의 seal을 주 배경 스킨으로 깔았던 거 같다. 물론 이후에 성 토마스 교회 사진으로 바꾸는 등 약간의 변화를 주었지만 내가 분명 기억하는 건 이 둘에 대해서도 운명이 바뀌는 그 순간까지 다크 모드를 고집하였던 것이다. 전자는 폭상 망했고 후자는 구글이 꿀꺽 삼켜버리면서 이 둘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등장한 스마트폰 그리고 새로운 컴퓨터 운영 체제. 배터리가 조금이라도 덜 닳게 하려고 대안책을 찾던 중 나는 다시 컴은 바탕에 눈길을 두기 시작하였고 약간의 덕후스러운 배경화면에서 벗어나 어두운 색감이 많이 강조된 배경화면을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컴퓨터에서 접속하는 몇몇 웹사이트에서 다크 모드를 지원한다면 무조건 이걸 고집하게 되었다. 이유는 이미 앞에서 나열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흰 바탕보다는 뭔가 한 단계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에 관해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쓰게 된 계기는 비록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구 버전이라서 기본적으로 다크 모드를 지원하지는 않고 테마를 통하여 여러 단계를 거쳐 바꿀 수 있지만 아래 핀터레스트 앱이 업데이트되면서 자동으로 다크 모드가 된 걸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쳐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었다. 게다가 윈도 10 같은 경우도 작년 10월 업데이트 버전부터 파일 탐색기에도 다크 모드가 적용이 가능해져서 이제는 흰 탐색기가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무튼 돌이켜보니 참으로 많은 세월과 시간 동안 함께 해왔던 만큼 나로서는 일종의 자아 정체성 확립에 이바지를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대체 무슨 소리여?) 왜냐하면 사실 난 시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라옵기는 좀 더 많은 곳에서 다크 모드를 만날 수 있길.... 그리고 다크 모드를 쓴다고 해서 내  마음이나 기분마저 침체되지는 않을 것!

작가의 이전글 나의 가장 큰 장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