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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코 Barroco Jun 17. 2020

헨델의 대장간 변주곡에 얽힌 이야기

내 인생의 연주들 중에서 청중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무대 

그랬다.

그 당시의 나는 너무나도 철이 없었다.

그 길만이 진리(?)의 길이라고 믿었고 언젠가는 잘 될 거라 착각하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구마구 떠벌리면서 그렇게 pipe dream만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드디어 현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순간들 또한 나에게는 나름 의미 있었던 과거였던 거 같다.

비록 그 당시에는 현실에 눈이 멀어서 그런 철부지 없는 행동들을 했지만 

그 당시에 품었던 욕심, 열정, 정열, 뜨거움 등은 지금의 나로서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불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았다. 이래서 20대와 30대가 다른가 보다. 


처음 대장간 변주곡을 키보드로 연주하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뭐야? 이런 반응이었다.

사실 이걸 시도하기로 한건 원래 나의 아이디어가 아닌 친하게 지내던 분을 통해서였다. 어찌 되었든,

나는 축제에 참가하는 한 사람으로서 마스터 키보드에 내장된 하프시코드 사운드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오로지 그 연주에만 쏟아부었다. 


연습하면서 참고하였던 연주가 아마도 스콧 로스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연주가 바로크 음악을 해석하고 연주하는 데 있어서 제일 좋은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그 연주가 마음에 들어 참고하여 반영한 이유는

도돌이 할 때 비화성음이라던가 꾸밈음 등을 추가하여

원래 악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해석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암튼 연주 당일 본무대에서 

너무 흥분하고 긴장한 나머지 스케일을 망쳤지만

전반적으로는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준 거 같은 분위기였다.


미래에 독주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진짜 하프시코드는 아니더라도 키보드에 내장된 사운드 만으로도

아니면 아쉬우나따나(?) 전자 하프시코드 만이라도

다시 한번 멋진 연주를 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런데 나도 하프시코드 가지고 싶다. 

누가 이걸 흔한 악기라고 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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