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메탈의 진수를 비발디에게서 찾다
컴퓨터를 다루는데 너무나도 서툴렀던 고등학교 시절.
지금의 나와 비교하자면 정말 의외의 모습이었는데
뭐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다 초보자 과정도 있기 마련이니까.
아무튼 그러한 내가 학교생활 가운데에서 유일한 낙으로 삼았던 것은
점심 혹은 저녁 시간에 컴퓨터실로 달려가 귀에 헤드셋을 꽂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을 미친 듯이 찾아 듣는 것이었다.
그 당시 영화 파리넬리를 비롯한 클래식에 입문하고 빠져있었던지라
즐겨 찾는 사이트 역시 클래식 음악 관련 사이트들이었다. 물론
하도 오래되어서 그 사이트들이 사라진지는 꽤 되었다.
그러한 가운데에 알게 된 카운터 테너의 세계, 그리고 그들의 음악.
이후에도 몇몇 유수한 카운터 테너들을 접하였지만
역시나 손에 꼽으려고 하면 두 세 사람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취향의 차이이니까.
아무튼 오늘은 그중에서도 영화 파리넬리의 OST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는
데릭 리 레이긴(Derek Lee Ragin)을 잠시 언급해볼까 한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특유의 울려서 내는 비브라토가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내가 알기로 현존하는 카운터 테너들 중 가장 기량이 뛰어나신 분으로 알고 있다.
왜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이 노래에서 찾길 바란다.
이 아리아는 비발디의 소프라노를 위한 세속 칸타타 Sorge vermiglia in ciel, RV 677 중 마지막 악장이다. 사실 가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중요해서 해석이 필요하지만 번역기를 사용하는 한계상 속 시원한 번역이 나오지 않아 언어는 포기.
사실 이 칸타타 두 번째 아리아도 그렇고 이 노래도 그렇고 이게 과연 사람을 위하여 만든 노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비발디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량들을 마구마구 쏟아부었다. 특히 이 칸타타를 닫는 마지막 아리아는 데릭이 그야말로 넘사벽으로 아주 훌륭하게 잘 소화해내었는데 장담하건대 앞으로도 이렇게 똑같은 템포로 음 하나도 안 틀리고 완벽하게 소화해낼 가수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거 같다.
*헤더 이미지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