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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코 Barroco Jul 31. 2020

바흐의 진면목을 보다

지난 7월 28일은 바흐 서거 27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이 날을 기념하던 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추천 영상으로 뜨는 걸 들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 


그건 여태까지 한 번도 접해보거나 들은 적이 없는 바흐의 작품이었는데 제목은 신포니아였다. 이 제목을 맨 처음 본 순간 비발디의 현악 악기를 위한 신포니아를 먼저 떠올렸지만 이윽고 바흐의 칸타타 중에서 기악으로만 이루어진 악장을 또한 신포니아라고도 부른다는 걸 깨닫고 뭔가 여기에 흥미롭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으로 찾아보니 원래 축제 분위기의 한 칸타타 맨 처음 악장으로 쓰인 게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분실되어 그 칸타타의 형체는 전혀 파악할 수 없고 신포니아만 남아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작품번호는 BWV 1045.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바이올린 솔로 부분에서 비발디 냄새가 많이 난다. 그 유명한 악보 사이트 imslp에 들어가 악보를 살펴보았지만 두 번째 페이지부터 각 파트 명칭이 써져있지 않아 바이올린 솔로 파트가 어떠한지는 사실 파악할 수 없었다. 나중에 인내심을 가지고 다시 봐야겠다. 


믿기 어렵겠지만 바흐가 음악가라는 직업을 맨 처음 선택했던 것도 바이마르 궁정의 바이올리니스트 자리였고,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건반악기(하프시코드 또는 오르간)로 편곡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느 악기에 소홀히했겠냐만은 바이올린에 대한 바흐의 사랑이 남달랐을 거라는 것을 우리는 샤콘느를 통하여 느낄 수 있다. 


바흐 칸타타 도입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트럼펫과 팀파니의 조화는 그야말로 천국 잔치를 보는 듯하다. 거기에 더해진 화려한 불꽃을 끊임없이 발산해내는 바이올린의 솔로 연주는 행여나 현이 끊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음원으로만 접했는데 나중에 보니 네덜란드 바흐 협회에서 연주한 걸 찾을 수 있었다. https://youtu.be/4P8I-4vOGwQ 여기에서도 역시나 사토 씨의 연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칸타타도 주기적으로 듣고 책도 읽고 그래서 바흐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음악을 접하고 나니 내가 교만했었다는 게 느껴지고 반성하게 되었다. 바흐를 알면 알수록 뭔가 신비롭고 새노래 같다. 



* 헤더 이미지: 바로크 트럼펫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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