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 돌로미티 당일투어

알프스 산맥의 일부 돌리미티

by hope

우리 네 식구는 베네치아에서 2박 3일 머무를 예정이다.

첫날은 도착해서 쉬었고 오늘은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한 돌로미티 당일투어날이다. 그리고 내일은 베네치아 본섬투어로 계획했다.


돌로미티 투어는 오전 7시 30분에 만나서 약 11시간 코스이다.

장시간 버스투어이기에 멀미가 걱정인 첫째 아이는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출발하기 전에 멀미약을 먹였다. 그리고 미리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지 가이드님께 문의드렸는데 감사히도 허락하셔서 우린 앞자리에서 돌로미티투어를 할 수 있었다. 밀라노 호텔 조식은 커피조차도 정말 맛이 없었다. 그런데 베네치아 Best Western Hotel Tritone는 그곳보다 맛있었다. 멀미가 걱정인 첫째 아이가 너무 잘 먹어서 오히려 걱정이 되어 자제시켰다.


5월 말이었는데 대형버스에 돌로미티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가득했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최북단이기에 우린 모두 긴바지에 바람막이 잠바를 준비하고 운동화를 신었다. 한 시간 정도 이동 후에 카페에 들러 크로와상과 커피를 먹는 코스였다. 가이드님의 이탈리아 이야기를 들으며 밖을 구경하는 게 즐거웠다. 한 시간이 훌쩍 흘러 카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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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가는길 카페

남편도 아이들도 조식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안 먹는다고 한다. 빵순이 나와 둘째는 크로와상을 냠냠 맛나게 먹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는 못 먹겠어서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남편은 카푸치노를 시켰다. 아아를 먹으니 온몸이 개운해지고 기운이 나는 듯하다. 역시 아아의 힘이다.


잠깐 커피 타임을 가지고 밖에 나가 둘러보았다.

그냥 이런 마을에서 며칠 쉬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은 유럽이 처음이기에 여러 도시를 다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마을에 좀 더 오래 있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시 출발.


가이드님은 버스가 앞이 탁 틔여서 멋진 이탈리아를 잘 볼 수 있고 합법차량인 것을 강조하셨다. 약 11시간 함께할 버스이기에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되었다. 그 외에도 가이드님의 돌로미티 이야기가 이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돌로미티는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창백한 산이다. 또한 석회암이 물에 약해 산 하나가 댐 운영으로 무너져 1900명 이상 사망했다고 한다. 그 증거로 한 건물을 보여주셨는데 반은 새 건물이고 반은 오래되어 보였다. 깨끗해 보이는 부분이 무너진 부분을 보수한 것이라고 한다. 아름답게만 보이던 산이 달리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석회수로 인한 에메랄드 빛이 신비로운 아우론조 호수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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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론조 호수


나는 둘째와 그리고 남편은 첫째와 각각 조금씩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함께 여행 중인 분들과 속도를 맞춰가며 걸었다. 그때 현지인 같은 분이 운동복을 입고 달리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난 아침에 당현천 옆으로 달리기를 할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지만 난 이 예쁜 에메랄드빛 보다 당현천이 더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순간 여기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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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론조 호수



둘째와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맨 뒤에 가고 있고 앞에 사람들이 멀리 보인다.

"우리 늦었나 봐요. 빨리 가요."라고 아이에게 말한다.

"네, 지금 당장 뛰세요." 라며 아이도 기분이 좋은지 평소 하지 않던 존댓말을 한다. 가는 길에 보이는 건물들이 참 멋스럽다.


다시 버스를 타고 점심식사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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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go Miralago Ristorante


찾아보니 Albergo Miralago Ristorante은 미주리나 호수 현지 맛집이라고 한다. 우린 사슴스테이크, 돈가스 그리고 시금치요끼를 주문했다. 음료는 아이들은 오렌지주스를 남편과 난 이탈리아 식전주인 아페롤스프리츠를 먹었다. 동생이 이탈리아에 가면 아페롤 스프리츠를 꼭 먹어보라고 했는데 드디어 맛을 보았다. 행복했다. 다해서 80유로 조금 넘게 나왔다. 단체 관광이라 점심은 사실 별 기대 안 했는데 무료 식전빵도 풍성하고 맛있었고 전체적으로 적당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식후 소화를 시킬 겸 호수를 걷다가 버스를 타고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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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가이드님은 저 끝에까지 가볼 사람은 다녀오라고 하신다. 이 마을의 집들이 최소 20억에서 100억 까지 가는 부촌이라고 한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풀도 꽤 높이까지 있어서 바지도 젖을 것 같았는데 우리 둘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다. 어쩌랴.. 나도 아이 뒤를 따라 뛰어갔다. 끝까지 뛰어가서 마을 구경할 때까진 좋았다.


그러나!

우린 그날 이후 운동화를 신을 수 없었다. 운동화가 다 젖었고 냄새는 덤이었기 때문이다. 많이 걸어야 하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발에 불이 더 날 수밖에 없었다. 차량에서 쉬겠다고 한 첫째와 그로 인해 함께 있던 남편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여행의 묘미 아닐까 싶다.


다시 버스를 타고 가이드님은 실시간 날씨를 체크하며 다음 코스를 계획했다. 먹구름이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파소지아우 정상을 갈지 여부를 여행객들에게 물어보니 가자는 의견이 많아 정상을 향해 버스는 달렸다. 드라이브만 해도 좋은 이 길 위에 나는 속이 점점 이상하다. 작년에 강릉 안반데기에 갈 때의 멀미가 생각난다. 그때 그 기분 그대로다. 오히려 더 심하다. 옆에 아이에게 말하면 안 그래도 멀미가 있는 아이인데 심리적으로 더 동요될 것 같아 조용히 가방에서 첫째를 위해 준비했던 비닐봉지를 꺼내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했다. 견디고 견뎌 돌로미티 파소 지아우 정상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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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파소지아우 정상


아름다웠다.

산도 구름도 모두 아름다웠다.


하지만...

휴...

나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타고 온 버스 옆에 잠시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아이들은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한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바로 앞 Berghotel Passo Giau에 들렸다. 추운지 따듯한 차도 마시고 싶다고 해서 차 두 잔 시키고 그사이에 네 식구는 화장실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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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ghotel Passo Giau


시원한 공기에 잠시 쉬고 조금씩 움직이니 컨디션이 돌아온다. 시간이 꽤 흘러 다시 모이라고 한 시간까지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팀은 벌써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도 한다. 우리도 이제야 서둘러 정상까지 올라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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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파소지아우 정상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는 사춘기가 시작된 건지 사진 찍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지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여유롭게 정상을 즐기고 싶지만 단체로 온 곳이기도 하고 멀미 때문에 시간을 많이 써서 빠르게 사진을 찍고 맨 마지막으로 버스에 탔다. 예상하지 못한 아이의 멀미가 아닌 나의 멀미로 힘들었지만 정상은 아름다웠고 이제 숙소에 가서 편히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탑승하고 가이드님이 틀어주시는 음악을 들으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흘렀을까?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버스가 이상하다.

버스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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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기사님은 이것저것 버스를 체크하시고 가이드님은 여기저기 전화를 거시며 확인해 보신다. 시간이 조금 흘러 가이드님은 화장실도 갈 겸 다 같이 근처 카페에 가자고 하신다. 우리 가족은 피곤하기도 하고 별로 가고 싶지 않아 버스에 남았다. 그러다 아까 흠뻑 젖은 운동화를 말리려고 버스 옆에 나가 앉아있었다. 가이드님은 그 사이에 버스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버스는 여전하다. 또 여기저기 전화를 거시다 이 버스로는 안된다고 판단하셨나 보다.


"새로운 버스가 올 때까지 2~3시간이 걸립니다. 그 사이에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이들도 슬슬 배가 고프다고 투정 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버스에 함께 탄 여행객들과 다 같이 가이드님이 안내하는 근처 피자집으로 갔다. 피자는 가이드님이 사신다고 한다. 1인 1 피자를 시키는 분위기였다. 나는 멀미의 후유증도 남아있고 하니 두 가지 피자를 주문했다. 가격이 참 착하고 맛도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한 시간 정도 있어야 다시 버스가 온다고 한다. 첫째 아이는 마트에 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님에게 물어보니 맞은편에 있다고 하여 우린 그곳으로 향했다.


어머나.. 그러나 그곳도 문이 닫혀있다. 그런데 맞은편에 놀이터가 보인다.

오호~


아이들은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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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돌로미티 여행에서 이곳이 난 가장 좋았다. 마을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논다. 뒤에 산이 너무나 멋있다. 한참 놀다가 아까 버스를 세워두었던 곳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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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세워둔 곳 옆에 예배당이 있었다. 저녁예배가 있는 시간이었나 보다. 남편이 살짝 들어가 봤는데 예배 중이라고 한다. 나와 둘째도 살짝 들어가 봤다. 엄숙한 분위기에 방해가 될까 싶어 바로 나왔다. 내가 생각한 유럽의 예배당은 텅 빈 곳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그렇지 않았고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드디어 우리를 태워줄 버스가 왔다. 벌써 숙소에 도착했을 시간이지만 이제 출발이다. 너무 피곤했던지 출발했던 베네치아 메스트레역까지 가는 동안 가이드님의 안내방송이 있기 전까지 푹 잤다.


돌로미티의 나무들로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나무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오늘은 푹 자고 물 위에 나무 기둥을 세워만든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내일 가보자. 내일은 별일 없겠지?


돌로미티 여행에서 버스고장은 오히려 돌로미티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 주었다. 가이드님이 힘주어 말했던 버스는 고장 났지만 오히려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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