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천국?
오늘은 가장 고민되기도 하고 가고도 싶었던 베네치아 본섬 투어날이다.
아침조식은 호텔에서 맛있게 먹고 체크아웃 후 짐은 호텔에 맡기고 베네치아 메스트레역에서 본섬인 산타루치아역으로 향하는 기차티켓을 4개 구매했다. 기차로 10분이면 도착이지만 사람이 정말 많았다. 우리나라 아침 출근길의 지옥철과 비슷할 정도로 붐벼서인지 아이들은 숨 막힌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지로 향하는 두근거리는 마음이라 그런지 서로 배려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한 금발의 여자분이 있는 가족이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지인이 친구와 갔던 이탈리아 여행에서 베네치아가 가장 좋아서 다른 도시여행하고 베네치아를 마지막에 다시 방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 찾아보면 베네치아가 소매치기가 정말 많고 특히 수상버스인 바포레토 탈 때는 조심하라고 나와서 긴장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겨우 3~4시간 정도였다. 오후 3시 기차로 피렌체를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곤돌라는 탈 수 있으면 타고 산 마르코광장까지 골목투어하며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드디어 베네치아 본섬 도착~
생각했던 루트는
산타루치아 역 - 수소 젤라또 - 산마르코 광장 - 카페 플로리안 - Libraria Acqua Alta(서점) - 다시 산타루치아 역 - 메스트레 역이었다.
산타루치아 역에 내려 산마르코 광장 가는 길이 덥고 힘드니 수소 젤라또를 먹기로 하고 길을 따라갔다.
어머나 그런데 역에서 왼쪽으로 나와 다리를 건너가다 보니 곤돌라 탑승장이 나온다.
운이 좋다.
90유로이다. 알뜰한 우리 남편도 이건 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거 같다며 네 식구가 같이 탔다. 30분간 곤돌라를 타며 베네치아의 찰랑거리는 물도 보고 건물도 보고 이때까지는 여유로웠다. 빨간색과 흰색의 줄무늬 티셔츠를 입으신 분은 곤돌라 35년 장인이시다. 안전하고 친절하게 해 주셔서 감사했다.
다시 구글 네비를 켜고 수소젤라또로 향했다.
그런데 첫째 아들이 어딘가에 멈춘다. 그림이 예쁘다며.
우린 안에 들어가 보았다. 화가분이 계셨다. 안은 촬영이 금지였다. 이곳에서 냉장고에 붙이는 베네치아그림을 샀는데 이번여행에서 가장 잘 산 것 중 하나인 것 같다. 10유로인데 너무나 분위기가 있다. 볼 때마다 이곳 베네치아가 생각난다. 조심스럽게 작품을 보고 있으니 화가분이 그림을 만져보라고 하셨다. 그냥 보는 것과 만져보는 건 다르다고 한다. 나쁜 것과 좋은 것이 공존하던 내 마음속에서 선한 것이 살아날 것이라는 것 같았다. 성경 말씀이 생각난다.
"... 너희가 선한 데는 지혜롭고 악한 데는 미련하기를 원하노라." 로마서 16:19
자신의 소중한 작품을 만져보게 하신 그 화가분이 참 기억에 남는다.
다시 우린 수소젤라또를 향해 걸었다. 첫째 아이는 이곳을 보니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인지 계속 종이를 사달라고 졸랐다. 그런데 정말 종이를 파는 가게가 보였다. 그런데 20유로나 한다. 아이가 너무 원하니 사주었다. 그리고 다시 수소 젤라또를 향해 출발.
베네치아 리알토다리를 건너는데 상점들이 있다. 팔찌가 사고 싶다. 아이들은 귀찮은지 빨리 가자고 하다가 골라준다. 젤라또가 너무 먹고 싶은 아이들에게 힘든 일일 텐데 고맙다. 10유로에 무라노섬에서 만든 유리공예가 조금 있는 팔찌였다. 나에겐 참 예뻤다. 사고 걷다 보니 지인들도 사주고 싶은데 아이들은 어서 가자고 재촉하여 그냥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딸기맛을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고 한다. 당 충전을 하며 다시 산마르코 광장을 향해 갔다.
괴테가 산마르코광장을 유럽 최고의 응접실이라고 했던가.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와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특히 세계 최초의 커피숍인 카페 플로리안에서 악기를 연주하시는 분들 덕분에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카페 플로리안은 너무 비싸서 사실 근처 저렴한 커피숍에 갈까 했는데 광장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냥 이곳에 있기로 했다. 사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이곳에서 1시간 정도 쉬다가 Libraria Acqua Alta(서점) 들렸다가 가야 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두길 잘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며 핫초코를 마시고 남편과 나는 아페롤스프리츠를 마시며 베네치아를 만끽했다.
이곳에서 여유롭게 몇 시간 있고 싶다.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아침을 빨리 먹고 올껄싶지만 짧게라도 들렸음에 감사하다. 오른쪽 그림은 20유로나 주고산 드로잉북에 그린 첫째 아이 그림이다. 여행 내내 들고 다니며 그리고 싶은 걸 그리니 기특하고 신기하다.
'시간아 멈추어줘!'
아쉬움을 뒤로하고 Libraria Acqua Alta(서점)으로 향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서점 가는 게 큰 기쁨 중에 하나다. 이곳은 베네치아를 더욱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물에 젖은 책을 쌓아둔 것과 다시 물이 차올라도 안전할 수 있게 곤돌라 위에 책이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나와 둘째는 이곳에서 더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데 어쩐지 첫째와 남편은 힘들어 보인다. 나와 둘째는 아쉽지만 Libraria Acqua Alta를 뒤로하고 다시 기차를 타러 걷기 시작했다.
뱅글뱅글 도는 이 느낌..
분명 구글 네비에 산타루치아역을 입력하고 가는 데 갔던 길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네 식구 피곤한 건 같은데 남편과 첫째가 특히 투덜대며 따라온다.
기차시간이 늦을까 봐 급하게 역으로 가는 길에 베네치아의 멋스러움을 하나라도 더 담고 싶은 둘째와 나랑은 참 달랐다. 겨우 역 방향으로 길을 찾고 가는데 저 멀리 외국인들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여유로워 보인다. 언젠가 베네치아에 다시 갈 수 있다면 좀 더 여유롭게 있고 싶다.
베네치아는 소매치기가 걱정이 되었는데 그 걱정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고 이곳에 한번 다녀온 것만으로도 참 충만함을 느꼈다. 남편도 그랬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