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싫은가?
베니스에서 탄 기차는 피렌체 S.M. Novella역에 도착했다.
피렌체에서 묵게 될 MH Florence Hotel & Spa는 걸어서 10분이 좀 안 되는 거리에 있었다.
WOW~~~
예상했던 대로 숙소가 좋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좋았다. 그런데...
"이탈리아 정말 싫다!"
"이탈리아 정말 싫어."
남편의 말이다.
휴~ 기운 빠진다.
남편과 나는 여행을 가기 전 한 번씩 꼭 싸운다. 계획 짜는걸 둘 다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엔 내가 가자고 해서 알아보는데 여행 오기 전부터
"이탈리아 이미 다녀온 상태이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다행히 막상 출발해서부터는 기분 좋게 여행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 이탈리아 싫다고 하니 준비도 내가 다 하고 중간중간 계획도 내가 다 하는데 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나도 화가 난다.
개인적으로 방문했던 도시 중에서 피렌체의 숙소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난 좋은데 남편은 왜 그러는 걸까?'
첫째가 "엄마, 내가 아빠한테 사과할게." 한다.
왜냐고 물으니 그냥 그러면 아빠 기분 풀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첫째가 이렇게 컸나 싶은 게 기특하기도 했다. 화나는 감정을 삼키며 다시 잘 지내보려 노력했다. 이럴 땐 2인실 방인 게 다행이다. 남편은 첫째와 나는 둘째와 함께 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숙소에서 쉰다고 해서 두고 남편과 마트에 가서 마실 것도 사고 간단히 먹을 스낵도 살 겸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방이다.
해가 저문다.
둘째와 밖을 보는데 너무 아름답다.
숙소에서 창문을 열어두고 조이 둘째와 밖을 보는 것 만으로 감사하다. 너무 예쁘다.
나와 닮은 둘째, 남편과 닮은 첫째..
한 번씩 남편으로 인해 속상하거나 화나거나 또는 첫째로 인해 화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긴다.
나의 잘못일까? 그들의 잘못일까? 너무 사랑하는 가족인데 집에서도 여행 와서도 어긋나는 이 마음들이 속상하다. 내일은 괜찮길..
다음날이다. 조이가 몸 여기저기에 모기에 물렸다. 어젯밤 창문을 열어두고 자서 물렸나 보다. 아침에 남편은 다행히 기분이 좋아 보인다. 다 같이 조식을 먹으러 향했다.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현재까지 세 도시의 조식 중 단연 이곳이 최고이다. 우린 정말 여유롭게 아침을 풍성하게 즐겼다. 아이들은 당근을 직접 갈아서 먹기도 하고 팬케이크도 만들어서 먹어보았다. 나도 방법을 몰랐는데 아이들이 알아서 직원분이나 사용하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가며 하는 게 기특하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이 우리 가족에겐 가장 큰 지출을 하는 여행이다. 처음 유럽여행이니 세끼를 모두 멋지게 먹는 것도 좋겠지만 비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경제관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오기 전에 물어봤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조식은 이미 다 결제를 했어. 그리고 나머지 두 끼는 추가로 돈을 내고 먹어야 해. 그럼 나머지는 어떤 식으로 먹을까?"
아이들은 생각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합의를 보았다. 조식은 이미 결제한 거니 되도록 풍성하게 먹고 다른 한 끼는 가볍게 그리고 나머지 한 끼는 제대로 먹기로 말이다. 허투루 돈을 쓰고 싶지 않다. 아이들도 그러길 바라본다.
식사 후 남편은 숙소에서 잔다고 해서 아이들과 야외 수영장 있는 곳에 가서 독서타임을 가졌다. 그런데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아이들에게 놀다가 오라고 하고 나도 숙소에 와서 한숨 잤다. 오후에 우피치미술관 투어와 피렌체 시내투어일정이 있기에 에너지를 비축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방에서 남편과 나는 그렇게 쉬었다.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밖에서 새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린다. 여유롭다.
오후 우피치 미술관 투어는 기대하고 기대했던 투어이다. 하지만 남편은 싫어했던 투어이다. 다 같이 좋은 시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