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야경투어
이탈리아에서 마지막 도시 로마에 가는 날이다. 도시 간 이동은 늘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밀라노에서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 피렌체의 두 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느덧 처음보다는 덜 긴장된다 생각했는데도 몸은 그렇지 않은지 조식을 먹을 때 입안이 헐어 불편했다.
피렌체에서 출발한 기차는 어느덧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해 10분 정도 걸어서 숙소인 Hotel Gioberti에 도착했다. 숙소는 호텔자체의 컨디션보다는 로마를 여행하기에 접근성이 좋았다.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빨래였다. 어느덧 8박 10일의 여행에서 로마에서의 3일만 남았다. 잘 버티면 남은 옷들로 가능할 것도 같은데 모자랄 것도 같았고 찾아보니 숙소에서 가까운 곳에 빨래방이 있어서 남편과 둘이 다녀왔다.
혹시나 돌로미티에서부터 어마어마한 냄새가 나는 운동화빨래도 물어봤지만 그건 안된다고 한다. 저녁엔 로마 야경투어가 있는 날이라 아이들과 식사 후에 찾을 수 있냐고 하니 원래 오라고한 시간보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때까지 해주신다고 한다. 식사 후 찾은 빨래는 세제냄새가 좀 고약했다. 그런데 사장님이신지 직원분이신지 모르지만 참 친절하시다. 나도 모르게 가방에서 사탕을 꺼내 드렸다. 냄새보다는 이렇게나 빠르고 친절하게 1.2유로에 가능하다는 게 만족스러웠다. 이제 남은 로마 여행에서 옷걱정은 없다.
빨래를 맡기고 우리 가족은 미리 찾아둔 한식집인 Seoul Restaurant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한식을 먹을 생각에 모두 기뻤는데 어머나 브레이크타임이라 문이 닫혀있다. 터벅터벅 걸으며 뭘 먹을까 고민하던 차에 근처에 중식집으로 갔다. 리뷰를 찾아보며 신중히 메뉴를 골랐다.
XiangYueGe라는 중식집에서 고른 메뉴는 게눈 감추듯 싹 사라졌다. 첫째 희망이는 밥을 사랑하기에 추가로 한 번 더 마파두부와 밥을 시켜서 싹싹 비벼먹고는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로마 야경투어를 위한 에너지를 충전 완료다.
테르미니역에서 저녁 7시 30분에 만나 약 3시간의 투어 일정이다.
(테르미니역 - 트레비분수 - 판테온 - 나보나광장 - 천사의 성 - 베네치아 광장 - 콜로세움 - 테르미니역)
테르미니역에서 만난 가이드분은 피아노를 전공하시며 유학 중인 젊은 여자분이셨다. 이곳 이탈리아에선 소매치기가 너무나 많다며 조심하라고 많이 말해주셨는데 우린 그런 걸 보지도 못하고 경험하지도 못해서 참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처음 간 곳은 트레비 분수였다. 이곳이 그 유명한 분수라는데 분수보다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
트레비 분수 가까이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워 다음날 바티칸 투어 후 다시 가서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졌다. 둘째 희망이에게 "뭐라고 했어?"라고 물으니
"엄마랑 같이 다시 로마로 오게 해 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고마워라.. 우린 모두 동전을 던지며 "다시 로마로 오게 해 주세요."라고 했다.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질 때는 분수를 등지고 서서 왼쪽 어깨 뒤로 던지며 소원일 빌어야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이 가기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멀리서 던지다 보니 우린 앞으로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의 소원이 이루어 질까?
다음으로 간 곳은 판테온이다.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지은 건물로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일정상 판테온과 콜로세움 중 한 곳만 내부를 보려고 다음날 바티칸 투어 후 들렸지만 이미 입장 마감이 되어 내부관람은 못해 너무나 아쉬웠다.
판테온 다음으로 간 곳은 나보나 광장이다. 이곳은 운동 경기장 터에 조성된 광장이라고 한다. 광장에는 3개의 분수가 있고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들이 있다. 또한 화가들의 그림과 악사들의 연주가 너무나 좋아 내일 바티칸 투어 후에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보나 광장 다음으론 천사의 성을 갔고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베네치아 광장을 거쳐 콜로세움에 갔다. 가는 길에 가이드님이 말해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운전을 마치 놀이공원에서 범퍼카 타는 것처럼 해요."
우리나라에선 문을 열 때도 상대방 차에 흠집을 낼까 봐도 조심하는데 이곳에선 상대방 차를 약간 치는 정도는 별신경 안 쓴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지는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신기했다.
어느덧 마지막 코스인 콜로세움이다. 저 멀리 콜로세움이 보인다. 이 콜로세움터는 악독한 왕으로 기억되는 네로왕의 황금궁전이 있던 터에 지어졌다고 한다.
네로는 초대 아우구스투스의 피가 흐르는 전통이 있었지만 자신만을 위한 황금궁전을 지었다. 그러나 콜로세움을 지은 베시파시아누스 황제는 기사 계급으로 새로운 권위를 창출하기 위해 강력한 상징물로 로마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이 콜로세움을 건설했다. 그러나 콜로세움의 건설을 위해 많은 유대인들이 희생되었다고 하니 멋지게만 볼 수는 없었다.
3시간 정도의 야경투어가 끝났다.
"아이들이 참 잘 듣는 것 같아요." 가이드님이 아이들을 칭찬해 주신다. 난 아이들이 피곤해해서 잘 듣다가도 힘들어해서 가이드님께 미안했는데 다른 팀은 아이들이 힘들어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 전에 같이 로마 관련 책들을 읽어보고 영상도 보며 얕은 지식이라도 쌓고 온 게 도움이 된 게 아닌가 싶었다. 모르면 오래된 건축물이 돌로만 보일 텐데 조금이라도 알고 궁금하니 모든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이들도 어리지만 나와 같지 않을까 싶다.
내일 오전에는 바티칸 투어가 예약되어 있다. 7시 30분에 Ottaviano역에서 가이드님을 만나기로 했다. 내일도 별일 없이 안전하게 여행하길 기도하며 감기기운이 있어 몸살감기약을 먹고 잤다.